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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수자타야, 왜 그러고 버티고 있는 거냐?

감나무의 감이 이제 막 홍시로 물들어 가는 어느 가을 날, 수자타는 완행열차의 여유로운 몸짓, 그 완만한 덜컹임에 기대어 시장에 사는 흰머리를 한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유마의 집에는 가을날 노을이 감나무 꼭대기로부터 몸통을 타고 내려와 조그만 잔디위를 고양이처럼 걷고 있었고,유마는 감나무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의심스럽게 여린 감나무가지를 쩔쩔매며 원숭이처럼 손을 내뻗어 혼자 감을 따고 있었다.

 

수자타: 유마님, 도와드릴까요?

유 마: 수자타 왔구나. 마침 잘 왔다. 거기 소쿠리 좀 들고 있어다오.

 

수자타가 땅에 있던 소쿠리를 아이 벌 서는 동작으로 높이 치켜들고 그것도 모자라 굽 낮은 빨간 구두를 세워 발끝까지 조금도 남기지 않고 온몸을 일으켜 세워 유마의 손끝에 닿으려고 전력을 다하였다. 그건 마치 자기의 세계와 유마의 세계를 닿게 하려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몸과 마음의 조달과 같아보였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아픔이 덜덜덜 밀려왔지만, 수자타는 그 자세를 굴복시킬 뜻이 없어보였다. 한참 감 따는 데만 열중해 있던 유마는 소쿠리 위에 차있던 감이 지진 맞은 것처럼 떨리는 것을 보고서야 수자타가 내내 그러고 서 있는 것을 알고 피식 웃으며 수자타에게 말했다.

 

유 마: 수자타야, 왜 그러고 버티고 있는 거냐? 내가 감을 따서 내릴 때에만 소쿠리를 들어 올리면 될 것을,,, 나에게 지금 전력을 다 하여 뭔가 항의하고 있는 것이냐?

 

수자타: 아니에요 유마님,,,

그런데,,, 전력을 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요?

 

유마: 그렇다, 그렇게는 보이는 구나.

 

수자타: ^^*

 

* 감 따는 풍경이 아름다워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