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타 : 유마님 말씀은 늘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응용이 안 되는, 아니, 불가능한 이론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꼭 그렇게 말씀대로만 이치를 궁구하고 산답니까?
유 마 : 수자타야, 너는 내가 너에게 괜히 이런 말을 하는 줄 아느냐?
가당치 않은 궤변과 오직 말뿐인 말인 줄 짐작하느냐?
그런다고 밥이 나오느냐 국이 나오느냐 하는 방정식 앞에는 다만 공허한 메아리 같은 소리일 뿐이라고 여기느라 네 생각이 바삐 움직이느냐?
어쩌면 고기를 먹은 후 이쑤시개로 이빨을 청소하는 것보다 무익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스스로 매우 한심하다고 생각하느냐?
수자타야, 그렇다면 너는 먼저 그렇게 알기 전에, 짐작하기 전에, 움직이기 전에, 생각하기 전에, 먼저 시장에 사는 이 흰 머리를 한 유마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한다.
나는 이미 온 너를 붙잡거나, 아직 오지않은 너를 초청할 생각이 없다. 네가 이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에 감격하거나 감격하지 않았거나, 네가 사뭇 짐짓 동조했거나, 전력을 다해 동조했거나 그것은 다 너의 몫이니 네가 가져가야 할 것이다. 남겨둔다 해도 이미 나의 입을 거쳐 나온 것들을 내가 무어 거두어 들이겠느냐?
수자타 : !!!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유 마 : 그러하다 수자타야, 진실로 이 붓다의 법에는 한 법도 구함이 없어야 비로소 쉴 만한 곳에 이르렀다 하느니라. 나로하여금 더 이상 네 몸과 마음이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쉬임없이 바라고 또 바라게 하지 말라.
수자타는 유마가 앉아 있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얼굴에 반창고처럼 댄 채 흐느껴 울고, 유마는 그런 그녀의 어깨위에 왼손을 올려 놓은 채 다섯 손가락으로 토닥거려주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작년에 심어 놓은 봄이 어느새 저만큼 지나가며 눈웃음하는 것이 보였다.
아직 제 아래를 다 가리기에는 너무 여린 감나무 잎사이에 끼인 참새 두 마리가 보탠 그림자를 배경으로 유마는 홀로 가야 할 곳을 가는 걸음으로 자기가 사는 시장으로 들어갔다.
뒤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 다 그들 몫으로 남기고....
'붓다의 사람들 >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예수 말고, 지난 2000년간 부활한 사람이 있더냐? (0) | 2009.01.02 |
---|---|
수자타야, 왜 그러고 버티고 있는 거냐? (0) | 2008.12.31 |
오이는 오이맛이 있어야 오이다 (0) | 2008.12.20 |
오늘 탄 기차가 마지막 기차라는 것을 (0) | 2008.12.20 |
우주나이 헤아리지 말고 네 나이 헤아려라 (0) | 2008.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