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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한겨레신문이 김정숙 씨를 김정숙 여사로 부른단다 배꼽이 웃는다

한겨레신문은 지금까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를 <김정숙 씨>라고 표기해왔다. 바른 표기다.

하지만 여염집 사람이 아닌 어엿한 대통령 부인을 '씨'라고 호칭하는 걸 동방예의지국 사람들이 매우 기분 나빠한 모양이다. 한겨레신문이 문빠들에게 몹시 시달렸는지 앞으로는 여사로 호칭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사전편찬자로서 내 의견을 적는다.


씨(氏)란?

'씨'는 왕이나 제후의 부인에게 붙여지던 매우 귀한 호칭이었다.

나중에는 양반가 여성에게만 씨라는 호칭이 붙었다. 따라서 양반가 여성은 김 씨, 박 씨로 불렸다. 

향리나 중인 계급의 여성은 박 성, 김 성으로 불렸.

평민은 김 조이(召史), 박 조이로 부렸다.


여사(女史)란?

고대 중국에서 왕후(王后)의 예지(醴胑)를 관장하는 여자 벼슬아치다. 이것이 나중에는 황제나 왕과 동침할 비빈들의 순서를 정해주는 일로 확대되었다. 여사(女史)는 비빈들에게 금() () () 등으로 만든 반지를 끼게 하여 황제나 왕을 모실 순서를 정했고, 생리 중인 여성은 양볼에 붉은색을 칠하게 하는 등 비빈들의 건강 상태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실질적인 궁중 권력을 행사했다


결혼한 여성을 부르는 호칭만큼 복잡한 것도 없다. 

* 아내는 안에 있는 아이라는 뜻에서 시작된 우리말이다.


*** 봉건시대 아내의 호칭


왕의 아내 - 后, 妃

제후의 아내 - 부인(夫人)

대부의 아내 - 유인(孺人)

사(士)사의 아내 - 부인(婦人)

서민의 아내 - 처(妻)

* 따라서 여사는  아내에 대한 호칭이 아니고, 궁중에서 왕에게 동침 여성을 정해주는 직책에 불과했다. 오늘날 대통령 부인을 여사라고 부르는 건 어원을 안다면 모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 준장, 소장에게 붙이던 각하란 호칭을 한국에서 대통령에게 쓴 것도 그런 나쁜 예다. 


- 도서관이 감옥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같다. 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언어 생활을 이토록 바보처럼 하는가.


-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열심히 우리말 사전 편찬에 열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