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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기자가 뉴스를 입맛대로 만드는 세상이 되었나

기자가 '뉴스를 만드는 시대;가 온 모양이다. 

기자는 제 눈에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양심과 상식에 따라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책상머리에 앉아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가 보다.

내가 데스크라면 이 기사는 당장 휴지통에 던졌을 것이다. <뉴스1>도 시원찮고, 이걸 링크한 동아일보도 문제가 많다. 휴가 중이라 이런 나쁜 기사가 버젓이 올라왔다고 믿어보련다.

거듭 말하지만 기자가 거짓말하면 안된다. 이런 기자는 글쓰기 교육을 마칠 때까지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하고, 쓰더라도 데스크가 꼼꼼하게 고쳐줘야 한다. 


 <격무에 뇌경색> - 뇌경색은 격무(물결이 쳐 내려가는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는)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두뇌 질병이다.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뇌경색의 경우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결코 아니다. 혈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죽는 병이다. 기사 보니, 이 공무원의 뇌경색은 가장 낮은 단계인 일과성 뇌허혈증으로 보인다.


<A사무관은 현재 의사표시에는 문제가 없으나 업무를 볼 정도의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통원 치료 중이다.> - 뇌경색의 급성 증상은 잡히고, 통원 중이란다. 며칠만에 입원 아닌 통원할 정도라면 기자가 이렇게 호들갑 떨만한 증세는 아니란 뜻이다. 의사표시에 문제가 없으면 뇌경색은 회복된 것이다. 3시간 이내에 혈전 용해체를 맞거나 항혈전치료를 하면 별 문제가 없다. 기자가 뇌경색이 뭔지 모르고, 취재도 안하고 과장하고 있다. 기사 어디를 보아도 해당 공무원을 직접 만났다는 표현이 없다.


<A사무관은 주말도 반납하나 채 일에 몰두했다> - 광화문 근무자들은 주말은 근무하고 주중에 쉰다고 기사 중에 나온다. 반납이 아니라 원래 근무일이다. 기자가 거짓말한 것이다. '몰두'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공무원 일반 업무를 '몰두'라고 할 수 있나. 보지도 않고 이런 자극적인 단어를 함부로 쓰면 안된다. 사진 보니 몰두하는 것같지 않다.


<지난 달 뇌경색으로  쓰러져 현재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 여기서 오늘은 8월 5일, 지난 달은 7월 1일에서 31일 사이다. 가장 멀리 잡아 7월 1일이라 해도 35일이고, 짧으면 6일이다. 뇌경색이 발병됐는데 최대 35일만에 업무 복귀한다는 것은 의사가 귀신이라도 못한다. 의료 상식적으로 뇌경색이 뭔지, 최소 치료기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기자는 전혀 모르고 있다.


<광화문 민원> - 5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딱 50일 했다. 이걸 '한 공무원은,,,강제징용됐다는 생각...하루 빨리 복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인 선동이다. 강제징용을 공무원 업무에 비유하다니, 역사인식 자체가 보이질 않는다. 평창올림픽, 엑스포 등 국가적으로 큰 행사에는 늘 공무원이 파견된다. 이게 강제징용이라고 보는가. 그냥 고유 업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근무> - 이건 격무가 아니다 일상 업무다. 아래 사진을 봐도 격무로 보이지 않는다. '퇴근 후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표현은 구체적 수치가 없다. 게다가 이 공무원의 경우 보도에 나오듯 '기본 2시간을 민원인 상대'하는 것이지 온종일 하는 게 아니다. 이 정도 업무를 격무라고 할 수 없다.

주말 근무하고 주중에 하루 쉬는 업종이 대단히 많다. 50일 중에 7주가 있었고, 그 7주간 주중에 쉬었다는 게 격무에 속하는가? 공공부문에서 주말 근무하고 주중 근무하는 직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가?


<상담하다 보면 극단적인 얘기를 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 - '극단적인 얘기'가 뭔가. 감정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내내 듣는 그 정도인가, 아니면 구체적으로 예시해야지 이런 표현을 쓰면 안된다. 아마 극단이란 단어를 모르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선전선동에 쓰는 조사 '만'을 남발> - '행안부 직원만 18명이 파견' 여기에 왜 조사 '만'이 들어가나. 행안부 직원 18명이 파견된 것이다. 요즘 방송기자들이 '만'을 너무 많이 쓴다. 죽은 사람만 5명, 마누라면 2명, 교사만 3명, 뭐든 '만'을 붙인다. 이들은 11명이면 꼭 '열명 넘게' '열명이 넘는'이라거나 98개면 '백개에 가까운'이라거나 7개를 '7개나' 등으로 과장한다.


<하루 빨리 원래 업무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 50일 파견 근무에 '하루 빨리'란 표현이 들어가야 하는가. 전국에 파견공무원 현황을 한 번이라도 열람하고 이 기사를 썼는가? 불법 해고된 지 3년이 지난 사람이 복귀를 희망한다면 이런 경우 '간절히'란 표현을 쓸 수 있다.


<읽을 가치가 없지만 그래도 원문 기사 학인하려면 여기를 누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