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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4 - 별군

별군, 계단을 밟고 침대에 오른다, 단 뒷걸음으로

원래 이 계단은 리키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반신 불수인 바니는 단 한 번도 이 계단을 이용해 침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리키는 항상 아빠와 함께 침대에서 잘 수 있었지만 바니는 한번도 침대에서 자 본 적이 없다.

그러던 리키가 갑자기 하늘로 떠난 뒤 나는 이 비싼 편백나무 침대를 쓰지 못했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바니를 고려해 거실에 요를 깔아 함께 잠을 자느라 어쩔 수 없었다.


- "잠은 침대에서 자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리키, 평생 거실바닥에서 잠을 잔 바니. 바니는 겁이 많아서 입주변 털을 깎지 못했다. 지금은 둘 다 하늘에서 산다.


그런 바니까지 하늘 간 다음에 얼마간 이 침대를 이용했는데, 그 다음에 온 아이가 하필 경추장애견인 별군이라 또 거실바닥에서 잤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내가 불편해서 별군이에게 계단 오르는 법을 가르쳤다. 엉덩이를 밀어주고 또 밀어주며 시도하는데, 그게 잘 안되었다. 내가 먼저 침대에 올라가 모른 척 눈 감고 있으면 별군이는 하는 수없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세번째 계단에서 온힘을 다하여 침대로 후다닥 뛰어올라왔다. 하지만 늘 불안하고 가끔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왼쪽 뒷다리 힘이 약하다 보니 아래에서 위로 밀어주는 힘이 딸리는 모양이었다.


그런 중 오늘 별군이가 마침내 계단 오르는 확실한 방법을 터득했다. 즉 세번째 계단에서 침대에 오를 때는 몸을 돌려 뒷다리부터 올린 다음 앞발로 밀어 올라서는 것이다. 하도 기특해서 뭐라도 상을 줘야 할 것같다. 아까부터 지켜보는데 5번 올라가는 내내 뒷발 먼저 침대에 올린다.

그렇다. 장애는 극복될 수 있다, 머리가 있는 한.


- 별군이는 세번째 계단까지 올라간 다음에 몸을 돌려 약한 뒷다리를 침대에 먼저 올린다.


- 이제는 계단 거꾸로 오르는 기술을 완전히 습득했다.


- 일단 침대에 엉덩이를 밀어올리면 몸무게를 이용하여 앞발을 들기만 하면 된다.


- 별군이가 편안하게 담요 사이에 몸을 묻고 있다. 별군이는 내가 늦게까지 일하면 빨리 요를 펴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