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단기출가기 1 / 삭발, 이 머리칼을 자르면 무명이 사라질까
미얀마단기출가기 2 / 탁발, 밥을 얻어 먹으러 맨발로 걸어가다
미얀마단기출가기 3 / 가사, 마법이 걸린 옷, 가볍지만 무겁더라
미얀마단기출가기 4 / 보시, 그대들은 내게 가난의 바닥까지 긁어 바치는데...
미얀마단기출가기 5 / 공양, 중생은 먹음으로써 근본을 삼는다
미얀마단기출가기 6 / 시간, 2000년 전 퓨왕국에서 오신 스님 삐냐저따, 당신을 따르리라
미얀마단기출가기 7 / 미얀마에서는 개와 고양이도 도를 닦는구나
미얀마단기출가기 8 / 그대들이 수자타라면 나는 태이자가 되리라
- 만불만탑의 도시 바간을 흐르는 강. 미얀마에서는 강을 여성을 본다.
미얀마는 불교국가다.
그래서 소, 고양이, 개의 천국이다.
특히 사원에 가면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마치 자기들이 주인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모여 산다. 어느 사원이고 예외가 없다.
난 하늘 간 우리 개들이 내게 올 것이 아니면, 한국도 말고 프랑스나 미국 등 다른 나라 다 그만두고 미얀마에 태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굳이 이 이야기를 떼어 한 편으로 쓰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그분들의 마음씨가 미얀마인들의 심성을 바르게 하고, 불심을 더 깊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기 때문이다.
미얀마인들이 모질지 않고 굳은 마음으로 비구를 섬기고 붓다에 귀의하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심성인지도 모르겠다. 추정하기에는, 2600년간 이어져온 불교사상이 이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게 아닌가 싶다.
한 비구가 여행자 차림으로 바간의 불탑에 올라와 간절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그는 승니단을 깔고 그 위에 쪼그려 앉아 있다. 불단에는 그가 지니고 있는 바루가 놓여 있고, 그의 오른쪽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이는데, 승니단을 깔아준 것으로 보아 이 비구가 데리고 다니는 고양이인 듯하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이 비구의 앞에는 여행용 보따리가 하나 보인다.
고국에 두고 온 내 장애견 별군이가 눈에 밟혀 그립던 중에 이 비구를 보니 가슴이 저린다.
어딜 가나 사원마다 개와 고양이가 산다.
먹이는 넉넉하지는 않은 듯 살찐 개는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사료나 과자를 가져와 먹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벼나락을 묶어 새모이로 나뭇가지에 매달아주는 걸 몇 번 보았다.
용신제를 지낸다고 하니 사원의 개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다 모여들었다. 우유와 팝콘을 섞어 주는데, 결국은 개들이 기다렸다가 다 먹는다. 누가 먹든 생명이 와서 먹으면 그것이 공양이다.
- 이 분들이 나중에 차를 타고 이 사원을 떠나자 개 세 마리가 따라붙었다. 차가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따르다가 그만두는 걸 보았다.
- 이 절에서는 고양이 일가족이 살 수 있는 나무침대까지 마련해주었다. 스님이든 신도든 동물을 쫓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 이 고양이는 불탑 앞에서 불상을 지키고 있다. 이 불상에 참배를 하려 하면 고양이가 길을 비켜준다.
미얀마의 사원에 사는 개들을 많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다 미얀마에 환생하여 사원에 깃들어 살았으면 좋겠다. 한국 절처럼 목탁소리가 나지 않으니 미얀마 절은 조용해서 더 좋다. 그저 아나파나하는 비구들, 엎드려 절하는 신도들만 보인다. 108배 같은 문화도 없고, 그저 기도만 한다. 그런 사람들 곁에서 하루 종일 명상하는 듯한 개와 고양이들이 한없이 부럽다.
마하파탄경(붓다가 자신을 낳은 지 일주일만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하늘로 찾아가 설한 경)을 들을 때마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힘든데, 미얀마 개와 고양이를 보니 지금까지 하늘로 보낸 아이들이 더더욱 아프게 그립다.
갈 때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중에는 안락사로 보낸 아이가 여럿 있다. 암으로 고생하던 도조, 심장판막증으로 물이 차 숨을 헐떡이던 도신, 신부전으로 의식을 잃곤하던 바니는 내가 직접 안아 병원에 가 안락사를 청했다. 숨넘어가는 아이를 안고 24시간 병원으로 밤을 달렸건만 끝내 살리지 못하여 딸과 아내와 내가 발을 동동 구른 리키, 심장사상충 치료 중 가족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혼자 서재 뒷마당에 몰래 숨어 떠난 도반이, 혼자 울며 소리 지르며 피를 흘리다 죽은 희동이가 있다. 명이 다 하여 내 품에서 얌전하게 떠난 도롱이, 도란이, 다래, 도리는 차라리 행복하다.
자식들 하나 없이 홀로 병원에서 가신 어머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린데, 난 이 저린 가슴이 풀릴 날이 없다.
내 팔리어 이름 TayZa처럼 내게 정말 신통력이 생긴다면 우리 아이들 다 불러놓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모셔놓고, 내게 과학동아를 정기구독시켜준 세째숙부, 우리 애기 재운이 밥 더 달라는 거냐고 물으며 달라는대로 밥준 숙모, 내게 어리굴젖과 해산물을 먹여준 광천고모, 나 어려서 따뜻한 손으로 이 잡아준 대전고모, 나 중학교 가르친 육촌형, 나 고등학교 가르친 이종형, 내가 시키는대로 바이오코드 프로그램 짜느라 밤잠 안자던 사촌동생, 법단 차려 다 불러 모셔놓고 한 바탕 큰 잔치를 벌이고 싶다. 그 자리에 나를 갈아 뿌린들 어찌 그 큰 그리움을 다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늘에서 누구로 환생하였든 열심히 공부하여 언제고 반야용선에 오르기 바란다. 내게 신통력이 생기면 내가 반야용선을 이끌고 어디든 찾아가 태우련다.
- 오늘은 어머니 가신 기일이다. 작년 오늘 오전 2시 50분이다.
어제 저녁 무렵 아내가 서재로 전화를 걸어와 내일이 어머니 기일인데 제사 지내러 안가느냐고 물어 허둥지둥 있는대로 상을 차렸다. 형님들이 음력으로 해서 12월 22일에 지낸다니, 그건 그거고 혹시라도 어머니가 양력으로 알고 오늘 오시면 어쩌나 싶어 부랴부랴 상을 차리고 불상까지 모신 다음 "어머니 혹시 오셨으면 22일에 시골집으로 다시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마침 삐냐저따 스님께서 마하파탄경을 암송하는 무한반복 SD카드기가 있어 그걸 아침 5시까지 틀었다. 3시가 지나 잠들면서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알아서 반복되도록 설정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기기가 꺼져 있다. 배터리가 다 나간 것이다.
이번 미얀마 여행에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개와 고양이 같은 포유류에 대한 내 생각의 변화다. 나 생각이나 행동은 힘이나 처지에 따라 변하지 않고, 언제나 사실의 확인에 의해 움직인다. 사실이 확인되면 나는 기꺼이 따르고 사실이 아니면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나는 내 두뇌가 판단하는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기 위해 아나파나를 한다. 오류를 줄이기 위해, 오판하지 않기 위해 아나파나를 하고, 비파사나를 한다.
인간의 뇌는 3층으로 되어 있다. 맨아래 1층에 뇌간이 있다. 주로 파충류들이 갖고 있는 뇌다. 오직 본능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뇌다. 따라서 파충류는 먹고 번식하는 A.I.나 다름없다.
그런 뇌간에 부풀어 오른 뇌가 변연계로서 이 뇌는 좀 더 정교하게 운동하고, 판단하고, 조심하는 뇌다. 파충류의 낮은 생존율을 더 끌어올렸다. 알을 낳아 부화하든말든 방치하지 않고 뱃속에서 부화시켜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산하고, 그러고도 젖을 먹여 일정 기간 더 기르면 생존율이 높다는 걸 아는 뇌가 변연계다.그래서 옥시토신 호르몬으로 모성애를 갖고, 나아가 사랑의 감정까지 일으키며 집단 결속을 강화했다. 파충류는 단지 번식을 위해 불특정 다수와 교미를 하지만, 동물은 나름대로 정해진 짝과 교미를 하고, 공동으로 새끼를 돌본다.
인간 역시 이 변연계 뇌를 본부로 삼는다. 인간이라고 동물과 다를 게 거의 없다.
인간은 단지 변연계 뇌를 중심으로 삼으면서 대뇌라는 걸 이용할 줄 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대뇌에 사는 게 아니라 변연계에 있으면서 3층 뇌인 대뇌를 쓰는 것뿐이다. 그런데 대뇌사용법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고,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 같은 영장류라도 원숭이, 침팬지,. 유인원이 인간과 다른 것은, 인간은 그 사용법을 제대로 익혔기 때문이고, 그 동물들은 단지 기억력이 좋아졌을 뿐 대뇌 사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붓다는 두뇌의 1층, 2층, 3층을 용도에 맞게 적절히 쓰신 분이다. 대뇌를 쓰는 법은 극히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대개의 인류는 잘 알지 못한다. 붓다가 맨처음 개발한 대뇌사용법, 역사적으로 몇몇 사람이 접근하였을 뿐 궁극의 사용법을 깨우친 이는 서너 명 정도이다.
내가 포유동물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에 이러한 '붓다 브레인'에 관한 철학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적는다.
- 용인 보문정사 시바리 존자상. 인연의 법칙, 보시의 법칙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분으로 사리불의 제자이자 붓다의 손제자다. 5백 아라한 중의 한 명으로 절마다 모셔져 있지만, 실은 이 분의 의미를 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 이 글을 다 읽으셨으면 인연의 실을 이끌어 여기에 묶기 바랍니다.
아사라, 쿠타라, 태이자가 있습니다.
<황금탑을 세우는 용인 보문정사>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11
문의 / 031-332-0670 1899-3239
안내/유승민 yuchunni@hanmail.net
*** 붓다는 불교신자가 아닙니다.
붓다는 스승이 없습니다.
그가 붓다이고, 그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붓다에 대해 더 자세히 아시고 싶으면 아래 글을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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