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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5 - 별군 맥스

경추장애견 별군이와 시각장애견 맥스가 만나 형제가 되다

- 경추장애견 별군이와 시각장애견 맥스가 만나 형제가 되다 나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지 않은 채 죽을까봐 늘 불안하다.
내 소설에서 우리나라는 늘 한 나라였는데, 내가 사는 실제 세상에서는 여태 분단되어 있다는 이 모순을 어떡하든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기도 삼아 일 하나 저질렀다. 경추장애견 별군이에게 시각장애견 맥스를 형으로 삼아주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하늘은 무심치 않은 듯하다. 오늘 아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 ICBM 발사 실험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기쁘고 기쁘다. 남북 상황이 여기까지 온 적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끌고 왔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기쁘다는 뜻이다. 어제인 4월 20일, 나의 공덕이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고 시각을 완전히 잃은 유기견 맥스를 입양하였다. 일산에서 용인으로 데려오는데 길이 많이 막히다 보니 맥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침을 흘리고 몸을 떨어 시흥 하늘휴게소에서 한참 쉬면서 진정시켰다. 어렵게 별군이와 상견례를 마치고 하룻밤 침묵으로 지냈다. 경추장애견과 시각장애견이 더불어 살자면 아직 극복해야 할 일이 많지만, 별군이도 맥스도 싫지는 않단다.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고 서로 떨떠름한 듯하다. 머지 않아 둘이 함께 마당에 나가 뛰어놀 날이 며칠 안남았다고 믿는다.
나도 스트레스가 심하다. 맥스가 생각보다 무겁고(무려 4.5Kg, 2.2Kg 별군이는 솜털처럼 느껴진다), 도전정신이 약해보인다.
아직 낯설어 제 성격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난 의지가 강한 사람, 의지가 강한 동물을 좋아한다.
굴종하고 참기만 하는 종은 정을 안준다. 남북, 별군이와 맥스만큼 서로 이질적이다. 장애도 많을 것이고, 갈등도 생길 것이다.
선남선녀가 만나는 것과 굉장히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위험이 더 커 보이고, 의심의 여지도 많을 것이다.
그것도 옳다. 천천히, 단단히, 안전하게 남북이 손잡고 나아가자.

* 별군이와 맥스의 첫만남. 아무래도 어색하겠지. 남북도 그럴거야.


* 맥스를 무릎에 앉히니 별군이가 재빨리 뛰어와 안쪽으로 비집고 앉는다.

아무렴, 북쪽에도 강성세력이 있고 남쪽에도 끝까지 통일반대할 세력이 있으니

삐그덕거리는 소리야 나겠지.


* 따로 밥그릇 주니 잘 먹는다. 남북이 각자 일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사귀자.

80년 헤어져 살았는데 많이 어색하겠지.

별군아, 맥스야, 밥 먹고 들에 나가 꽃구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