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 1호는 두 눈 중 좋은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을 가리킨다.
지난 주에 입양한 맥스(시추, 8세)는 눈의 시력이 0.00이다. 따라서 등급조차 매길 수 없는 아이다. 처음 사흘간 나도 저도 잠을 자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맥스의 상태를 관찰하고 패턴을 연구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원하는 게 뭔지 이제 알고 나니 대소변 봐주기도 쉽고,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는 맥스에게 밤에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요령도 생겼다.
맥스는 이제 병원 케이지를 벗어나 살랑거리는 바람을 코끝으로 느끼고, 꽃냄새를 즐길 수 있다.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면 기분 좋은 소리도 내준다.
난 맥스가 진보주의자인지 보수주의자인지 아직 모른다. 별군이는 확실히 진보주의자인데 맥스는 몸이 너무 불편해서 그런지 제 생각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별군이처럼 맛있는 거 더 내놓으라고 덤비지도 않고, 오줌 잘 눌 테니 고기 줄 테냐고 묻지도 않는다.
천지만물을 다 사랑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럴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다. 다만 사람은 제 머리로 무엇이든 계산할 수 있는데 스스로 오류에 빠지고 무명무지에 빠져 히히덕거리니 굳이 내가 다 돌아볼 필요가 없다. 사람으로 태어난 그 자체가 복이니 자기 스스로 깨우치든 업보를 받든 알아서 할 일이다. 난 자기 힘으로, 자기 머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하는 생명체만 돌볼 뿐이다.
* 맥스를 위해 정면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이 아이도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산 적이 있다.
* 별군이는 아직 맥스를 돌보지 못한다. 맥스에게 주는 간식을 몰래 훔쳐먹는다.
* 해피엔딩레스큐 회원들이 여러 가지 물건을 보내주시며 응원하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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