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살부터 칭기즈칸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8권 짜리 대하소설 <천년영웅 칭기즈칸>을 썼다.
지난 번에 내가 쓴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나를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칭기즈칸에게서 배운 매우 귀한 교훈이 하나 있다.
당시 나는 이것을 <송곳전법>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칭기즈칸은 적과 싸울 때 절대로 조무래기들과 싸우지 않는다. 그가 씨족장일 때부터 그랬다. 나중에 대몽골제국을 이뤄 대칸이 되었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전성기에도 그가 가진 군대는 딱 10만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싸움에나 끼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한 전쟁,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 그러고도 이길 수 있는 전쟁에만 그의 10만 군대를 보냈다. 단 한 번도 져서는 안되는 군대, 나는 이를 푸른군대라고 불렀다. '푸른 군대'의 푸른은 푸른늑대의 털빛에서 온 말이기도 하고, 몽골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높은 하늘색(이게 민트색이다. 파랑이 아님)을 가리키기도 하는만큼 절대적이며 최종적인 힘이 되었다.
칭기즈칸의 푸른군대는 적과 맞서면 적 수뇌부가 어디 있는지 먼저 파악한다. 대개 적장은 황금 일산을 드리우고 백마를 탄 채 호위대에 둘러싸여 높은 언덕에서 전장을 내려다본다.
푸른군대가 적장의 위치를 파악하면 진격로를 계산한다. 가장 빠른 직선로를 잡는다.
칭기즈칸이 공격 명령을 내리면 이 푸른군대는 적장을 표적으로 삼아 한 줄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들을 막는 적군이 있으면 앞장선 병사가 그들을 치고, 그 사이로 그 다음 군사가 치고 나간다. 이렇게 길을 뚫어나간다. 앞에서 길을 뚫고 뒤에서 치고 나가는 식이다. 마치 송곳을 찌르는 것과 같다고 하여 송곳전법이라고 하였다.
칭기즈칸의 푸른 군대는 반드시 적장을 잡아 목을 벤다. 적장을 잡기 위해 수만 리를 달리기도 한다. 일단 적장을 잡으면 즉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고, 졸개 몇도 처단한다.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백성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10만 군대에 불과한 칭기즈칸이 당시 알려진 세상의 절반 이상을 정복한 힘이다.
* 몽골군과 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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