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8.6.15 - 9회 / 선거? 선은 무엇이고 거는 무엇인가?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한나라 시대에 군수(郡守)가 현량방정(賢良方正 ; 어질고 착한 사람)하고 효렴(孝廉 ; 효심이 깊고 청렴한 사람)한 사람을 관리로 추천하는 법이 있었는데, 군수가 사람을 뽑는 것을 선발이라고 했고, 그 다음에 조정에 올리는 것을 천거라고 했다. 그러면 왕이나 황제가 그 중 한 사람을 골라 낙점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낙점된 사람은 마침내 관리로 임명되었다.
오늘날에는 뜻이 변해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대표자를 뽑는 일을 선거라고 쓴다. 정당 혹은 일정한 유권자가 추천하는 거(擧)와 유권자가 표를 찍는 선(選)이 합쳐진 뜻이다.<이재운, ~ 한자어 사전, 2018년 증보판 출간 준비 중>
누가 선거에 대해 말하면 나는 전쟁이라고 말한다. 정의와 욕망이 부딪히고, 진실과 거짓이 겨루고, 공심과 사심이 다투는 그런 전쟁이다.
선거를 축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거짓말이거나 선거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의 주장일 뿐이다.
다만 옛날로 돌아가면 선거가 축제라는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화백이나 쿠릴타이 같은 동아시아 의견수렴제도를 보면 족장을 뽑는 절차가 일종의 축제 형식을 띤다. 부족의 아랫단계인 씨족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여럿 나오고, 출마 선언을 한다. 그 다음에는 잔치를 하면서 출마한 후보들간에 이합집산을 거듭 유도한다. 일종의 거래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해나가는 것이다. 사퇴하는 후보는 그만한 이득을 얻고 물러난다. 이득이 없으면 물러나지 않는다. 상대가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이득을 지켜줄 후보를 찾아다닌다. 그게 화백이고 쿠릴타이다. 그러다 보면 후보자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에는 두 명이 남는데, 화백과 쿠릴타이에서는 투표가 없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한없이 토론한다. 즉 주고받을 것을 끝없이 협의한다. 줄 것은 무엇이고 받은 것은 무엇인지, 누가 족장이 되어야 각 씨족의 이익을 잘 대변하고,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합의가 안되면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며칠이고 회의를 한다. 합의가 안되면 합의가 될 때까지 몇 달이고 잔치를 벌인다. 그렇게 하여 두 후보가 합의되면 마침내 화백과 쿠릴타이가 끝난다.
다만 현대에는 그러지 않는다. 씨족을 대신하는 정당이 있어서 정당이 후보를 추천한다. 그래놓고 서로 거래를 하지 못하게 막은 다음 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면 이긴 쪽은 다 갖고, 진 쪽은 쪽박을 찬다. 완전한 제로섬 게임이다. 50.5%를 얻어 49.5%를 얻은 후보를 단 1%만 이겨도 그 49.5%의 욕망이나 이득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게 오늘날 민주주의의 큰 단점이다. 쿠릴타이와 화백에서는 단 1표의 주권도 소중히 여겨 그 가치가 마지막 승자에게 계승된다.
그래서 오늘날의 선거를 우리 고유의 화백이나 쿠릴타이 식으로 바꾸자면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정당이 추천하고, 혹은 유권자가 추천하여 투표를 한 다음 5% 이상 득표한 사람들이 모여(일단 3명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공약을 내놓고 1등한 사람이 의장이 되어 낙선자의 공약과 이익을 어떻게 반영해줄지 합의하도록 따로 회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 회의를 거쳐 3사람이 모두 합의를 하면 선거가 완성이 되는 것이고, 합의가 안되면 될 때까지 특정 공간에 머물며 3사람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2위와 3위 후보의 주장은 자신이 받은 지지율 이상을 주장할 수 없다. 즉 당선인이 10가지 공약을 가져야 한다면 50% 득표자는 5개를 갖고, 30% 득표자는 3개를 갖고, 10% 득표자는 1개를 가져야 한다. 낙선자들은 당선자가 갖는 권리 중 각각의 득표율만큼 원하고, 그것을 의장은 조정해줘야 한다. 이 회의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합의할 때까지 이어진다. 디테일이 있어야겠지만 기본 원칙은 이러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안그러면 단 3표 차이로 낙선해도 모든 걸 빼앗길 수 있고,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 제도도 장차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만 한다. 말하자면 5% 이상 득표자의 연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 4.19혁명. 현대 민주주의의 폐해는 종종 혁명으로 바로잡히지만
아래 사진처럼 일부의 폭력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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