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게 살살 때려>
기윤이가 피아노학원 마치고 시장이며 놀이터를 돌아다니다가 어둑어둑해서야 돌아왔다. 그 사이 아빠는 애를 찾는다고 피아노학원 주변을 헤매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와 있었다.
아빠는 학원 봉고차에서 내리는 기윤이를 잡아 놓고 길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아빠 : 두 손 들어!
기윤, 눈치를 보면서 두 손을 엉거주춤 들었다. 그때 동네사람이 멀리 오고 있었다.
아빠 : 에이. 집으로 들어가자.
집으로 들어가서 아빠는 기윤이를 거실에 무릎 꿇렸다.
아빠 : 박초롱초롱빛나리가 학원 갔다가 집으로 오지 않고 낯선 아줌마 따라갔지?
기윤 : 응.
아빠 : 어떻게 됐지?
기윤 : (풀이 죽은 목소리로) 죽었어.
아빠 : 그애 아빠엄마가 얼마나 슬펐겠니?
기윤 : 알아.
아빠 : 그런데 너도 학원 갔다가 집에 오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아빠는 놀라서 찾으러 다니고.
기윤 : 나 놀이터에 있었는데, 부르지?
아빠 : 거기 있는 줄 모르는데 어떻게 불러? 하여튼 넌 아빠를 속상하게 했으니까 매 좀 맞아야 돼. 엉덩이 대!
아빠는 대나무 효자손을 치켜들었다.
기윤 : 나 엉덩이가 너무 아파. 다리도 아파 죽겠어.
아빠 : 왜?
기윤 : 차를 탔는데, 많이 타서 다리가 아파.
순전히 거짓말인 줄 아는 아빠는 효자손을 높이 쳐들고 시위를 했다. 그러자 기윤이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아빠한테 매달린다. 맨날 똑같은 말이다.
기윤 : 약속, 약속!
아빠 : 무슨 약속?
기윤 : 다시는 학원 갔다가 딴 데 안갈 거야.
아빠 : 일단 오늘 거는 맞고 나서 약속하자. 어서 엉덩이 대.
그러나 기윤이는 빙글빙글 돌면서 엉덩이를 뺀다.
아빠 : (엉덩이를 때리는 건 포기하고) 그럼 손바닥 벌려!
기윤 : 몇 대나 때릴 건데?
아빠 : 열 대.
기윤 : 너무 많아.
아빠 : 그럼 다섯 대.
기윤 : 아프지 않게 살살 때려야 해.
아빠 : 아프라고 때리는데 어떻게 안아프게 때리냐?
마침내 한 대 때린다고 때린 게 마음이 너무 아파 그만 손바닥을 스치기만 하고 말았다.
기윤 : 지금처럼 계속 때려줘.
아빠 : 안돼. 아빠가 실수한 거야. 매가 아프지 않으면 네가 말을 안듣잖아.
하는 수없이 아빠는 나머지 네 대를 힘껏 내리쳤다. 힘껏이라고 해야 솜방망이다. 기윤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매는 매대로 다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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