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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아마추어들이 판치는 세상, 혹성과 행성을 같이 쓰다니...

종이신문이 안팔리다 보니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고 실력이 좀 부족한 사람들이 기자라는 직업으로 들어온다.

글을 쓰려면 최소한 상식과 지식을 가져야 하는데, 요즘에는 지식은커녕 상식이 부족한 기자들이 너무 많다.

<하버드대 연구팀 "외계문명이 보낸 탐사선, 태양계 지나갔다>는 뉴시스 기사(동아일보 게재)에 "태양광 범선 기술은 혹성간 또는 행성간 운송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혹성과 행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혹성은 일본말이고 행성은 우리말이다. 한자어도 국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땅은 일본에서 해방되었지만 정신은 아직 해방되지 못해서 일본 한자어를 많이 쓰고 있다. 태양계 행성의 이름도 사실은 일본 한자어다. 우리 이름이 없다.

그저 일본이 외상이라고 하면 외상으로 적어줄 뿐 우리 한자어 무슨 말에 해당되는지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가 외무장관이면 일본도 외무장관이 돼야 하는데, 일본은 외상이고, 우린 외무장관이다. 정신 나간 짓이다.

이래 놓고 징용, 징병, 위안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언제 또 일본에게 먹힐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언론은, 일본이 욱일旭日旗라니 우리는 한 술 더 떠 욱일승천기라고 불러주는 바보들이다.
아마추어들이 프로페셔널을 몰아내는 풍토로는 어쩔 수 없다.

이래 놓고 징용, 징병, 위안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언제 또 일본에게 먹힐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글이나 쓰는 내가 서글프다.

뉴시스든 동아일보든 기자가 있으면 차장이 있고, 부장이 있고, 국장이 있고, 또 편집기자들이 있을 텐데 이런 허섭한 기사가 버젓이 올라오는 걸 보면 다들 포기한 모양이다. 이러고도 우리말이 아름답다, 한글이 과학적이다, 이런 소리나 할 텐가.

뭔지도 모르고 사서삼경이나 들추는 유림들, 뭔지도 모르고 관세음보살이나 부르짖는 승려들, 아마추어들이 떼를 지어 프로페셔널을 몰아내고 자리 차지하는 교수들, 남이 쓴 고전 컬럼이나 베껴 옮기며 고상한 척 하는 사주 역술 풍수 관상 사기꾼들, 누가 먹는 프로그램 인기 얻으면 채널마다 죄다 먹는 프로그램을 도배하는 방송사들(예를 들게 너무 많지만 줄인다), 우리는 치(痴)가 돌처럼 굳어 도무지 어찌 해볼 수 없는 민족인 것같다.

돌아오지 않는 게 내 목표지만 어쩔 수없이 다녀가야 한다면 한국은 정말 싫다.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은 민족이다.



* 조선총독부가 1917년에 편찬을 마치고, 1920년에 발간한 조선어사전. 일본어사전 갖다가 적당히 번역한 사전이다. 이후 우리말 사전은 거의 다 이 사전을 다듬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한국인이 쓰는 한자어의 70% 이상을 일본 한자어가 차지한다.


10년만에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소설가 중에서 나만큼 한자어를 안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폼 잡기 위해 한자어 벽자를 일부러 골라 쓰는 작가들이 수두룩한데, 나는 사실 한문을 웬만큼 알지만 일부러 안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