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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수덕사 불상 뱃속에서 뭐가 나왔다고?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8.11.1-37회 / 수덕사 불상 뱃속에서 뭐가 나왔다고?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한겨레신문 기사에 두 가지 오류가 떴다.


수덕사 불상 몸 속에서 800여년전 희귀불경들이 나왔다

수덕사 불상 뱃속서 800년전 희귀불경들이 나왔다

한겨레신문은 북한처럼 한자어를 표기할 때 뜻은 숨기고 발음만 한글로 적는 방식을 써왔다. 북한 노동신문에는 숱한 한자어가 발음만 한글로 적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자주 보인다.

북한은 한자어를 우리말로 고쳐 쓰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같다. 물론 전혀 하지 않는 남한보다는 낫다.

이 기사의 경우에는 그 반대다.
아마 젊은 기자가 이렇게 쓴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몸속'에서 나오고 '뱃속'에서 나왔다는 표현은 무지에서 비롯된 용감한 실수다.
불상은 佛像 즉 붓다의 형상이다. 형상에는 배나 몸이 없다. 그런데 '몸속에서, 뱃속에서'라고 구체적으로 적으면 안된다. 조형물이나 미술품에는 전문 용어가 있다. 이런 건 한자어로 돼 있어도 더 좋은 우리말이 생기기 전에는 그대로 써줘야 한다.
기자가 놓친 말은 바로 복장(腹藏)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덕사 불상에서 복장물이 나온 것이다.
복장은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수백 년, 수천 년 뒤에 열 수 있는 박물관 역할을 한다.
불교에는 오래 전부터 복장 문화가 발달돼 있다. 
불상을 나무에 조각할 때는 갈라지지 말라고 몸통 부분을 깊게 판다. 쇠나 구리를 녹여 주조할 때에도 역시 몸통을 비운다. 그렇게 하여 자연스럽게 생긴 공간에 불경, 사리, 보석, 기도문, 불상을 모신 이야기 등을 자세히 적어 넣는다. 그런 다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밀랍으로 틈을 완전히 막는)을 하는데, 이렇게 공기가 차단되면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기사를 쓸 때에는 이처럼 관련되는 지식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제대로 쓰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8세기에 조성된 금동여래입상으로 대마도에서 발견되었다.

복장이 텅 비어 있다. 복장물 중 발원문에는, 

조성 장소, 시기, 조성 사유, 발원자, 시주자 등이 기록되어 타임캡슐 구실을 하는데, 
값비싼 보물이 많아 도적질을 당하여 텅 빈 경우가 많다.

* 불상 관련 어휘

- 불상을 세는 단위
좌(座 ; 한국식) 구(軀 ; 일본식)

- 금칠하는 이유
석가모니의 몸에서 금빛이 났다 하여 목불에도 금을 바른다.
금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무가 썩거나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그래서 나무에 삼베를 입히고, 옻칠을 한다. 요즘에는 까다로운 옻칠 대신 카슈열매에서 추출한 카슈칠(대부분의 교자상에 옻칠 비슷한 색으로 칠해지는. 카슈칠을 하면 나무가 숨을 못쉬어 쉬 상한다)을 한다.

다만 쇠불(철불), 구리불(동불), 돌불(석불)은 금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불상 모실 때 눈을 그리는 이유
눈 그리는 것을 점안(點眼)이라고 하며, 개안(開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개안하기 전에는 조각품일 뿐 예배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눈동자를 찍는 점안을 해야만 예배의 대상으로 인정된다.

- 복장(腹藏)
 불상을 안치할 곳에 결계(귀신 등 잡스런 것이 공간 내에 못들어오게 하는 의식)를 쳐서 청정하게 하고, 후령통(喉鈴筒)이라는 금속제 통에 정해진 물품을 넣고, 황초복자(黃錞幅子)라는 보자기로 싼다. 그 외에 발원문과 불경, 신도들이 시주한 보석 등을 안에 넣고 다라니를 적은 종이와 판으로 불상에 뚫린 구멍을 막는다. 이 과정 중에 승려들은 말도 거의 하지 않고, 후령통 안에 넣을 물품과 제조과정 등이 종교적 상징성으로 체계화되어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복장한 뒤 점안의례를 뒤이어 하여 복장점안이라고 합쳐 부르는 경우도 있다. 
통일신라 때부터 복장 의식이 있었다. 조상경(造像經)이라는 책에 따라 복장의식을 한다
복장은 우리나라와 티벳의 고유 문화다.
한국 복장은 등쪽에 구멍을 내어 하지만, 티벳 복장은 아랫쪽에 구멍을 내어 빈 틈이 없을만큼 채운다.

- 복장물
복장은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원리와 물목으로 이뤄진다. 
붓다의 진신사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중앙 등 다섯 방위가 존재하며, 각 방향을 상징하는 다섯 빛깔의 오방색에 따라 다섯 종류의 보석, 약초, 곡물, 향 등을 모아 오보병이 만들어 진다. 
오약은 번뇌를 다스리고 오향은 법계에 충만한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을 의미한다. 
이어 불상에 오보병이 담긴 후령통 등이 들어가고, 지혜를 깨우는 점안의식을 봉행한 뒤에야 비로소 불단 위에 부처님으로 모셔진다. 불교신문 2014.07.21 

- 불화 그리는 사람은 화사(畵師), 화승(畵僧)이라고 한다.
탱화, 불상, 벽화까지 3절을 다 하는 사람은 금어(金魚) 혹은 불모(佛母)라고 부른다.
금어는 인도에서 온 말로, 물고기를 만물 창조의 신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불모는 원래 보살초 천왕초 여래초등 9천여 장을 그리는 과정을 수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이었다고 한다. 내 친구 신진환은 지금도 매일매일 부처님 그림 한 장과 아라한 그림 한 장을 반드시 그린다. 눈 감고도 그린다. 무형문화재 48호이던 만봉 스님 제자인 양선희는 자를 대지 않고 직선 수십 가닥을 빽빽하게 그릴 수 있다.
문화재청은 불화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단청과 탱화를 하지만 금어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은 어측이라고 한다. 여기서 얼추라는 말이 나왔다. 요즘에 30대, 40대 작가조차 다 금어나 불모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얼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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