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어제 이 부분 교정보다가 어린 시절 밥 제대로 못먹고 자란 내 생각이 나서 하늘 계신 어머니께 미안했다.
한 달 가까이 교정보고 오늘 아침에 원고 보내고 나니 허전하여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다.
내 손으로 밥 차려먹기 정말 싫다. 어머니 계시면 얼마나 좋으련만...
내가 밥을 제대로 못먹을 때는 형들도 그랬을 것이고, 아우들도 배를 곯았을 텐데 그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나 배고팠던 일만 생각난다. 더욱이 자식도 배가 고픈데 어머니인들 대체 무엇을 먹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더 괴롭다.
어머니가 날 낳으신 때가 스물여덟이셨는데, 내 딸이 스물일곱 살이다. 내 딸이 제 새끼 먹일 게 없어 조막손만한 호박이라도 따 손에 움켜쥐고, 자라지 못한 배춧잎 뜯어 국거리랍시고 들고 있다면, 내가 그 꼴 보고 견딜 수 있을까.
<가려 먹고 덜 먹고 골라 먹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니>
불가에서 선승들이 수도하다가 시장기가 돌 때 마음에 점을 찍듯 간식 삼아 먹는 음식을 점심이라고 한다. 이처럼 점심은 간단하게 먹는 중간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점심을 가리키는 중식(中食)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이 말은 당나라의 선승 덕산 선감(德山宣鑑; 782~865)의 일화에 나온다.
* 진여성 유승민, 법안심 이창희, 놀라지 마시라. 우리 보문정사 덕산 스님이 아니거든?
덕산은 금강경에 능통하여 세상에서는 덕산의 속성(俗姓)이 주(周)씨이므로 그를 주금강(周金剛)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당시 남방에서 교학을 무시하고 오직 견성성불을 주장하는 선종 일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금강경소초(金剛經疏鈔)』를 가지고 그곳으로 향했다. 길을 가다가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팠는데 마침 길가에서 떡을 파는 노파를 만났다.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그 떡을 좀 주시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시면 떡을 드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떡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스님의 걸망 속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금강경소초』가 들어 있소.”
“그러면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고 하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데, 스님은 지금 어느 마음에 점심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여기서 점심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겠느냐는 뜻이다. 점심을 먹는다는 말을 빌려 노파가 교묘하게 질문한 것이다. 그러자 덕산은 묵묵부답,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일화에서 점심의 생성 시기를 잡는다면 선감이 사망한 865년으로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세 끼의 밥을 먹게 된 것은 극히 근세의 일로, 그 이전에는 아침과 저녁의 두 끼 밥이 관례였다. 우리나라 문헌에 점심이라는 어휘가 등장한 것은 『태종실록』 1404년 1월 11일(음력 1403년(태종 3) 윤11월 29일의 기록이 처음이다.(各司之田, 蓋以備坐起日點心及紙地筆墨等事也)
1406년 윤7월 6일에는 “해가 다하여 파하여도 점심(點心)이 없고 또한 사령(使令)도 없어서, 도리어 주(州)·군(郡)의 향교(鄕校)만도 못하니”라는 기록이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면해주고 각 관아의 ‘점심’을 폐하라고 전지를 내렸다. 사정의 더 나빠지자 1409년(태종 9) 윤4월 29일에는 대궐 안의 낮 점심을 없애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면해주고 각 관아의 ‘점심’을 폐하라고 전지를 내렸다. 이에 중앙 관서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다시(茶時)라는 티타임을 가졌던 듯하나, 여염의 백성이 점심을 먹은 것은 근세의 일로 여겨진다.
정조 때의 학자 이덕무(李德懋)의 『앙엽기(鴦葉記)』에 한국인은 아침저녁 두 끼,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 하였고, 병조참판이던 정의양(鄭義養)의 「양식 비축을 상소하는 글」에서도 아침저녁 두 끼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순조 때 실학자인 이규경(1788∼?)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만 점심을 먹고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9월의 추분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폐하고 조석 두 끼만 먹는다고 했다. 이규경은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저술에만 힘썼는데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誌)』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지은 규장각 학자 이덕무의 손자다. 그러므로 적어도 1700년대에는 일시적이나마 점심을 먹었던 게 확실하다.
1977년 충북 청주 순천김씨의 묘에서 출토된 ‘순천김씨묘출토간찰(順天金氏墓出土簡札)’에서 ‘뎜심’이란 표기를 볼 수 있다. 인천채씨 세보(世譜)에 따르면 순천김씨의 남편 채무역은 1537년에 태어나서 1594년에 죽었고, 그의 후처 순천김씨는 채씨 세보에 생몰연월일이 없으나 언간 내용으로 볼 때 부군보다 앞서 죽은 것으로 보인다.
- 우리 어머니가 바라보며 "난들 도리가 없었단다" 말씀하고 계신 것같다.
수퍼노바, 지금 별이 생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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