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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황금탑

2018 BBS 불교방송 TV 개국 10주년 특집 다큐 / 열흘의 비구 5

* 이 글을 읽고나서 불교방송을 보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BBS 명상다큐멘터리 열흘의 비구를 시청하시려면 여기를 누르시오>


5. 보시 / 법당 문 열고 나서니 보시하려는 신도들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무섭다!


이번 단기 출가 중 우리는 여러 번의 보시를 받았다.

첫날 비구계를 받고 문을 나서는데 어디서 몰려왔는지 새 비구들이 계를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신도들이 

문밖에 길게 서 있었다. 

더럭 겁이 난다.

손에 손에 돈과 과자, 쌀, 일용품 등을 한 아름, 한 보따리, 한 뭉치 들고 우리가 나오기를 여태 기다린 모양이었다.


- 비구계를 받고 계단을 나서는데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신도들이 '보시 폭탄을 마구 건넨다.

어서 반야를 깨우쳐 자신들을 가르쳐주고, 복덕을 나눠달라는 뜻이다.

보시 받을 때 여성 신도 얼굴을 절대로 쳐다보지 말라고 배웠는데 막상 돈봉투를 건네니 

그냥 있을 수 없어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돈 많이 버세요' 미얀마 말로 하니 신도가 웃어 나도 웃었다. 

삐냐저따 스님은 이런 우리를 보고 비구 노릇 제대로 못한다고 평점에서 10점을 깎았다.


- 미얀마에서 금광인가 비취광인가 하여 큰돈을 번 부자 부부가 보시를 하고 있다.

이 분들은 숨 쉴 때마다 보시를 하여 참말로 힘들었다. 

이 분들의 무지막지한 보시를 받다보니 보시 받는 것도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이 들어올 때마다 재빨리 보문정사 총무에게 달려가 황금대탑 불사비로 보시했다.

그래도 빚은 빚대로 남아 열심히 공부해서 갚아야지만...


- 보시를 받다받다 지친 초짜 비구들.

보시 받기가 힘든 줄 이제 알았으렷다.


- 우리 덕산 스님은 미얀마 어딜 가든 한국에 황급탑을 세운 고승으로 우대받는지라 돈으로 만든 꽃을 두 송이나 받으셨다.

부러워서 잠시 빌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러는 건 빚은 아니지만 탐이 남아 있다는 고백이겠지.


보시는 무섭다.

살다보면, 내가 남들에게 베푼 보시, 봉사, 배려보다 넘치는 것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내가 서른두 살에 쓴 <소설 토정비결(당시 전3권, 현재 전4권)>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어 

언젠가는 하루에 만 부씩 나가고, 한 달에 20만 부 이상 나간다고 할 때는 소름이 돋았다. 

이게 다 빚인데, 내가 그렇게 잘 쓴 소설은 아닌데 하는 마음에 어찌나 몸둘 바를 몰랐는지 지금도 불편하다. 

소설은 그저 30만 부 정도 나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300만 부? 그건 정말이지 괴롭고 겁난다.


미얀마인들 평균 한 달 급여가 약 10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돈 10만원을 아침에 받고 점심에 받고, 이튿날 또 받고 하다 보니 정말 겁이 났다.

미얀마를 떠나기 전에 더 열심히 아나파나 사티를 하여 빚을 갚자, 

안 갚으면 내가 몇 배로 토해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이를 물었다.


일정 중에 마하미얀 대정글 사원 내 황금탑에 다이아몬드와 일산(여러 가지 기물과 붓다의 진신사리를 올리는)이 올라가는 날, 

우리 단기출가자 3명도 사원 내 비구들 틈에 서 있었다.

행사 끝에 모든 신도들이 마지막으로 비구들에게 보시하는 순서가 왔는데, 

나는 정말이지 줄에서 빠져나가거나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었다. 

비구 한 명에 처사들이 한 명씩 붙어 앞장서는데, 이들 손에는 커다란 마대자루가 한 개씩 들려 있었다. 

그게 뭔가 했는데, 우리가 받을 보시가 너무 많다 보니 미리 자루를 준비한 것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밖을 내다보니 거의 50미터 이상 보시를 하려는 신도들의 줄이 구불구불 보였다. 

얼핏 보니 돈다발을 들고 있는 이, 쌀 자루를 들고 있는 이, 수건 등 물품을 보따리째 들고 있는 이, 

가지가지 물품을 들고 스님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국경 스님(우리에게 사미계를 주신 우삐냐따라)이 큰스님들이 나가는 줄에 우리 셋을 바로 세웠다. 

신참들은 항상 고참 뒤에 세우는 법이다.


드디어 양옆으로 늘어선 신도들 사이로 나아가니 보시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보시를 받고, 오른손으로는 쉬임없이 축복을 해주었다. 

보시 물품이 넘치면, 마대자루를 들고 앞장선 처사를 세워 자루 안에 쏟아넣곤 했다.


줄을 반쯤 따라가다 보니 정글 어디선가 오신 듯한 할머니들이 쌀과 500원짜리 돈뭉치를 들고 계시다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면서 합장한 손으로 보시금과 쌀을 내놓으셨다. 

쌀이 무거워 많이 갖고 오지 못한 할머니는 100CC 정도만 보시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고, 

그러면서 보시공덕을 바라는 듯한 눈빛으로 이 가짜 비구를 바라보셨다. 

어떤 분은 500원 짜리 돈을 한 장씩 내밀었다. 

할머니들은 아마 내가 열흘 뒤면 가사를 벗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실 것이다. 

어쩔 수없이 더 간절한 목소리로 할머니들의 거친 손을 두드리면서 

"짬마바세 짠타바세 뾰셈바세!" 하고 외쳐 주었다.


그런 분들이 한둘도 아니고 열 명, 스무 명 계속 이어지니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이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내가 다 어찌 들어줄 것이며, 

미얀마 신도들은 비구가 열심히 공부해 깨달음을 얻고, 

그렇게 하여 자신들에게 보시공덕이 오기를 바란다는데, 

내가 어느 세월에 깨달음을 얻어 이 분들의 보시공덕을 다 갚는단 말인가, 

이런 걱정이 어깨를 짓눌렀다. 

보시받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할 수만 있다면 보시를 더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잠시 멈추어 줄 끝까지 바라다보니 그들은 보시를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내가 그 자리를 벗어나 달아난다면 쫓아와서라도 보시를 하고야 말 기세로 보였다.

내가 적는 이 글은, 당시 내가 느낀 당혹감에 비하면 별 것이 아니다. 

삐냐저따 스님은, 그 분들의 보시 은혜를 갚는 것은 오직 공부뿐이라고 하셨다.


이번 단기 출가는 BBS 불교방송이 수시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다 모른 척하고 아나파나에 열중했다. 

빚을 갚자면 어쩔 수 없다. 

나를 위해서 하는 건 두번째 세번째고 내게 보시한 분들의 간절한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그 즉시 들숨날숨, 들숨날숨, 이러면서 사티를 시작했다.

단기출가라도, 방송 다큐멘터리 중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진짜로 하자, 

그런 마음이었는데 방송에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두렵다. 

보시 받아먹고 공부 안하면 소가 되어 힘든 노동으로 갚아야 한다는데...


2018 BBS 불교방송 TV 개국 10주년 특집 다큐 / 열흘의 비구 


1. "편도체에 늘어붙은 탐진치를 떼러갑니다"

2. 겨우 머리카락 자르는데 왜 이리 힘이 드나?

3. 큰스님, 염치 없지만 저희에게 비구계를 주시겠습니까?

4. 탁발 / 이 밥 한 술 얻어먹은 나는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야 하나?

5. 보시 / 법당 문 열고 나서니 보시하려는 신도들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무섭다!

6. 아나파나 /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들숨날숨, 쉽지만 가장 강력한 수행법

7. 촬영 스케치 / 연출된 사진 감상하기

8. 풍경 / 보이는가, 들리는가, 느껴지는가, 춤추는 인드라 망(網)이?

9. 독도 / 불끈 솟구치는 한국인이라는 이 相을 어이할까?


BBS 연말특집 방송 시간 안내(총4회)

12월27일(목) 09:00

12월28일(금) 01:20

12월29일(토) 20:30

12월30일(일) 18:30

문의/ 1899-3239 031-332-0670 황금탑이 있는 절 국제여래선원 / 보문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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