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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1404년 1월 11일부터 점심을 먹었다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8.12.21-40회 / 1404년 1월 11일부터 점심을 먹었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중


* 점심은 35회 <점심 먹으면서 정말 점심은 하는 거야?>를 쓴 바 있는데, 약간 각도를 달리해 한번 더 쓴다.


미얀마 단기 출가에 가보니, 이 나라에서는 하루 세 끼 중 점심이 가장 중요한 식사였다.

붓다가 살아계실 때 사시(巳時 : 오전 9시 30분~오후 11시 30분, 한국시간 기준. 미얀마는 9시~11시, 12시까지 허용한다.) 공양 한 번만 하셨다 하여 스님들이 주로 점심 공양을 푸짐하게 드신다. 그러고는 저녁은 굶는다. 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이러다 보니 농담도 있기는 하지만 점심 식사 시간이 매우 길다. 일단 12시 이전에 자리에 앉아야 한다. 12시 이후에는 공양을 시작할 수 없다. 단 먹던 음식이 남아 있다면 정오인 열두 시를 넘겨 먹어도 괜찮다.

아침 공양은 5시경에 시작되는데, 오후 불식(오시 이후 먹지 않는 계율)하면서 17시간을 굶는다. 거의 단식하는 수준이다. 단기 출가자들은 17시간의 단식을 참고 견디는 걸 대단히 힘겨워한다. 이번 출가 체험 중에도 함께 간 분들이 매우 힘겨워 하여 작은 편법까지 썼다.(주스 한 잔은 허용하기 때문에 고체 식사를 갈아서 먹는)

나는 어려서 저녁은 당연히 굶고 점심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러다 고구마로 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는 게 그리 고통스럽게 여겨지질 않는다. 저녁에 호박 하나 썰어 죽을 만든 다음 온 가족이 한 대접씩 마시고 자는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생활에 꽤 익숙한 편이다. 어려서 습관이 평생 간다잖는가. 어릴 때는 고구마라도 실컷 먹었으면 싶었다.

초등 5학년 땐가, 친구와 다툰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내게 화해를 신청하는데 찐 고구마 한 개를 주면서 미안하다길래 덥썩 받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구마 들어온 게 1800년경인데 우리 부모는 왜 그때 고구마를 안심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반야가 부족해서 굶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점심의 역사를 살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세 끼의 밥을 먹게 된 것은 극히 근세의 일로, 그 이전에는 아침과 저녁의 두 끼 밥이 관례였다. 우리나라 문헌에 점심이라는 어휘가 등장한 것은 태종실록1404111(음력 1403(태종 3) 1129일의 기록이 처음이다.(各司之田, 蓋以備坐起日點心及紙地筆墨等事也)

1406년 윤76일에는 해가 다하여 파하여도 점심(點心)이 없고 또한 사령(使令)도 없어서, 도리어 주(()의 향교(鄕校)만도 못하니라는 기록이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면해주고 각 관아의 점심을 폐하라고 전지를 내렸다. 사정의 더 나빠지자 1409(태종 9) 429일에는 대궐 안의 낮 점심을 없애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면해주고 각 관아의 점심을 폐하라고 전지를 내렸다. 이에 중앙 관서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다시(茶時)라는 티타임을 가졌던 듯하나, 여염의 백성이 점심을 먹은 것은 근세의 일로 여겨진다.

정조 때의 학자 이덕무(李德懋)앙엽기(鴦葉記)에 한국인은 아침저녁 두 끼,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 하였고, 병조참판이던 정의양(鄭義養)양식 비축을 상소하는 글에서도 아침저녁 두 끼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순조 때 실학자인 이규경(1788?)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2월부터 8월까지 일곱 달 동안만 점심을 먹고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9월의 추분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폐하고 조석 두 끼만 먹는다고 했다. 이규경은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저술에만 힘썼는데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誌)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지은 규장각 학자 이덕무의 손자다. 그러므로 적어도 1700년대에는 일시적이나마 점심을 먹었던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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