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제안을 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기 힘드니까 하는 소리 같다.
선거 때 마구 퍼주겠다고 하던 소리하고는 현실이 딴판이란 걸 문재인 정부도 이제야 아는 가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인 연령을 70세에서 75세 정도로 올리는 건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다만 노인 연령을 올리려면 여러 가지 복지망을 촘촘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니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노인 준비 기간' 정도를 설정해 그에 맞는 일자리 유형을 정해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다른 아이디어가 뒤따라야 한다.
노인 연령을 올려서 우리 사회의 커다란 <시장>이 더 활기 있게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국민의당 창당 때 복지비용을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 입금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지금은 썩은 둥지를 차고앉은 뻐꾸기 세력 때문에 아무 영향력도 없지만, 언제고 남의 집에 들어와 무위도식하는 이 뻐꾸기들을 몰아낸 뒤 대안 세력이 생기면 다시 제안할 참이다.
나는 늘 공화를 전제로 한 직접 민주주의를 주장하는데, 복지도 직접 복지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전철 탑승을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액수를 다달이 현금 입금시켜 자기가 직접 돈 내고 타게 하는 것이다.
장애인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직접 계좌에 입금시켜 장애인 스스로 여러 가지 세금울 내고, 전기세니 전화요금이니 남들처럼 내라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비도 학부모에게 직접 입금시켜 주면 학부모가 돈 내고 아이들을 보내도록 하면 비리도 사라진다.
요양원 등도 다 마찬가지다. 이걸 공무원들이 대신 내주니까 복지 혜택을 받는 이는 그냥 공짜인 줄 알고, 돈 받는 측에서는 공무원들이 돈을 주니까 공무원한테만 잘하고 막상 환자나 본인에게는 소홀하다. 학생이고 학부모고 쳐다보질 않고 공무원한테만 굽실거린다.
이런 게 수십 가지나 된다.
복지소비자에게 돈이 직접 흐르면, 이 돈이 시장으로 나온다. 그러면 시장도 건강해진다.
복지 문제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다.
세금은, 돈 버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종의 <사회환원>이요, <보시>다.
하지만 세금 내면서 내가 번만큼 사회환원한다, 보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세금 내는 사람이 그런 생각으로 돈을 낼 때 공덕이 되는 것이지 뜯긴다고 생각하면 아무 보람이 없다.
난 용인에 살면서 우리 시에 해마다 수천억원씩 세금 내는 삼성을 과도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삼성이 망해야 한다고 악쓰는 철부지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 주장이고, 난 삼성이 내주는 큰돈으로 우리 용인시가 복지비용으로 쓰고, 기간 시설 유지 비용이나 신설에 쓰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용인에는 이런 고마운 기업들이 아주 많다. 뿐만 아니라 용인시민을 고용해주기도 하고, 그 회사에서 급여받는 근로자들이 용인에서 소비해준다. 이 시스템을 잘 아는 백군기 시장은 SK하이닉스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큰 기업이 세계 시장에 나가 돈벌어오는 걸 뛰어넘을 수가 없다. 기업들이 돈 잘 벌 수 있도록 행정 뒷받침해주고, 세금 많이 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잔머리 쓰는 무식한 전임 시장들이 개발 인허가로 뒷돈 챙기고, 세력 이익 도모하다 감옥가곤 하던 옛날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주홍글씨처럼 새겨졌던 난개발 딱지를 거의 떼어가고 있다.
나는 1992년부터 독자들이 내 책을 사준만큼 세금을 내오고 있다. 그때부터 전산화되었으니 개인이 얼마나 세금을 냈는지 다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큰 사업을 하여 세금을 50억 달러나 100억 달러쯤 낼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내 독자들에게 미안하다.
빌 게이츠나 워렌 퍼핏 같은 거부들이 세금 좀 더 내게 해달라고 청하고, 그게 잘 안되니까 스스로 수백억 달러씩 돈을 내어 복지재단을 만드는 걸 보고 이 사람들이야 말로 은혜를 알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이구나 싶다.
복지로 돈 뜯긴다는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면 세금이 아깝지 않고 도리어 자랑스러워진다.
세금은 곧 <나의 시장>을 지키는 최소의 보시다. 시장 없이는 아무도 존재할 수 없다.
세금을 보시나 봉사로 생각하면 이 세상이 더 밝아진다.
주는 이도 기쁘고 받는 이도 기쁘다.
보시는 주는 공덕도 있고, 받는 공덕이 있다.
세금 내는 사람이 돈을 뜯긴다고 생각하면 있는 공덕도 사라지고, 받는 사람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면 역시 공덕이 사라진다.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노인들에게 품위를 잃지 않고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런 차원에서 노인 연령을 올리되 그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잘 살피고, 혹시라도 복지에 구멍이 나지 않나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복지는 건강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서비스요, 세금은 자기들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투자하는 개개인의 보시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세 10%를 내야 라면도 사고 쌀이나 반찬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병원에서 나이 든 환자에게 "어르신!" 하고 부르면, "내가 왜 어르신이냐?"며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요즘 여행사 관광 상품에 '실버'나 '효도' 이름 붙이면,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아직 청춘인데 노인 느낌 나는 게 싫은 게다. 일본에선 노년내과를 종합내과로 바꾸거나, 고령자 클리닉이라는 간판을 단다. 경로석 대신 '우선석'이라는 말을 쓰고, 돋보기를 루페(loupe·확대경)라고 부른다.
▶일본 스포츠청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매년 65세 이상 노인 수만 명을 대상으로 체력과 운동 능력을 조사해왔다. 윗몸 일으키기 횟수, 옆으로 갔다 왔다 뛰기 속도, 한 발로 서는 시간, 악력(握力)을 측정한다. 그 결과, 2017년 70~74세의 체력 점수가 2002년 65~69세보다 높다. 지금 70대는 15년 전 60대라는 얘기다. 70대 후반의 체력 점수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계속 오르고 있다.

▶요즘은 은퇴한 60대가 현역 50대보다 건강해 보인다. 운동 의지가 높은 데다 시간 여유로 운동 횟수도 많다. 예전보다 잘 먹고 잘 씹는다. 고령자에게 남아 있는 치아 수가 늘었고, 임플란트도 기여한다. 의료 서비스 문턱도 낮아졌다. 그 덕에 72~74세가 되어서야 자립도가 떨어져 남의 도움이 필요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이 시기부터 노인이라고 본다. 그래서 '70까지는 노동부, 75부터는 복지부 소속'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엊그제 현재의 65세로 정한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인 나이는 정년·연금·고령 일자리·복지서비스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19세기 복지 개념이 등장할 때 나온 '65세=노인'을 21세기에서도 쓰는 건 큰 엇박자다. '고령화 선배' 일본은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춰가고, 75세를 기준으로 전기·후기 고령자로 나눠 의료복지 정책을 달리하고 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각각 강한 자외선을 쪼였더니 예상과 달리 늙은 세포는 살고, 젊은 세포가 죽었다. 장수(長壽) 의학자 박상철 교수는 "노화는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잘살기 위해 늙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노화에 저항하는 '항(抗)노화(안티 에이징)'가 아니라, 늙음에 순응하는 '향(向)노화'라는 개념이 있다. 고령 사회에서는 몸의 변화에 맞춰 사회 제도를 바꾸어 가고, 늙어감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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