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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사약 이야기 - 비상과 부자

사약 이야기 

- 비상과 부자


동아일보에 <부자의 두 얼굴>이란 한의사의 글이 올라왔다.

난 한의사 글은 비과학적인 주장이 너무 많아서 잘 안읽는 편인데 사약(賜藥)이 주제어라 읽어보았다.

이 글에도 비상과 부자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역시나 황당하다.

비상은 푸른색 우물물을 퍼낸 다음 바닥에 캐낸단다. 마치 우물에서 비상을 캐는 것처럼 쓰고 있다. 그냥 광물이라 광산에서 캐면된다.

비상은 그냥 광물이다. AS2O3라는 분자식을 가진 물질일 뿐이다. 비소 A(arsenic)는 원자 번호 33인 원소다. 물론 비소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황화된 상태의 AS2O3로만 존재한다.

비소는 급성 골수형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된 물질이다. 비소화합물인 살바르산은 매우 잘 듣는 매독치료제로 쓰였다. 제초제, 살충제에 들어가고, 특수 반도체에 쓰인다.


AS2O3의 치사량은 0.06그램이다.

비상을 먹은 지 24시간이 지나면 온 몸에 작은 포진이 생긴다. 피부는 청흑색으로 변한다.

눈동자가 터져나오고 혀위에 자그마한 혓바늘이 돋고 혀도 갈라지고 입술이 파열된다.

두 귀가 부어서 커지며,복부가 팽창한다.

항문이 부어 벌어지며, 입술과 손발톱이 청흑색을 띠게 된다. 

만약 배가 부를 때, 독을 먹었다면 상반신이 푸르고 배가 고플 때에 먹었으면 하반신이 푸르고 생식기가 부어오른다.


부자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로 투구꽃이라고도 한다. 학술적으로 aconitine라고 부른다. 분자식은 C32H45BrN2O8이다.

필자는 이런 부자를 설명하면서 <극한의 양기(陽氣)를 띠며 약성은 뜨겁고, 맛은 맵고 쓰다.>라고 적었다. 이러니 이런 인식으로 노벨과학상을 받을 가능성은 0%다. 극한의 양기다, 약성이 뜨겁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고 남도 모르고 세상이 모르는 어휘로 설명하면 안된다. 뒤에 가면 젊은이는 소변을 아침까지 갖고 있어 양기를 유지하지만 노인들은 야뇨증으로 소변을 보아 양기 부족해진다는 황당한 설명에는 웃음만 나온다. 그래서 극단의 양기를 가진 부자를 처방한다나.


비상은 모르지만 부자의 경우 사람이 잘 죽지 않는다. 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조광조도 죽지 않고, 송시열도 죽지 않았다. 대개 비단으로 목을 졸라 최종 형을 집행한다. 희빈 장옥정의 경우 사약을 먹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인현왕후전이라는 가짜 소설 때문에 드라마마다 장옥정이 몸부림치다 죽은 것으로 묘사한다. 역사 조작이요, 사악한 짓이다.


- 부자. 뿌리를 쓴다. 가공법이 워낙 까다로워 저마다 품질이 다르다.

<부자의 두 얼굴>에 나오는 외계어

비상의 산지는 중국 장시성(江西省) 상라오(上饒)현 위산(玉山)이라는 지역의 우물인 비정이다. 푸른색 우물물을 모두 퍼낸 다음 비상을 캔다. 산에서 바로 캐낸 것을 비황(砒黃)이라 하고 비황을 갈아 만든 것을 비상이라 한다.

극한의 양기(陽氣)를 띠며 약성은 뜨겁고, 맛은 맵고 쓰다. 

잠을 자는 동안 젊은 사람은 방광에 고인 소변을 36.5도 체온만큼 데워 아침에 깰 때까지 저장을 하지만 아랫배의 양기가 떨어진 노인들은 이를 데울 수 없어 몸 밖으로 자주 내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