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내 우체통에 알을 낳았어!
우편물 꺼내다 보니 새알 네 개가 있다.
우체통에 알 낳지 말라고 새집까지 달아놨는데 이놈들이 말을 안듣는다.
봄이면 밖에 내놓은 신발장 칸칸이 낙업에 지푸라기더니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새 말을 배워 소통해야지(새 말 가르쳐주는 학원 어디 없나?)통 말을 듣지 않는다.
우체부 아저씨 지키다가 '아저씨는 우편물을 여기다 까세요', 이래야 하는데 얼굴 보기 쉽지 않다
2019.6.15
* 참새의 일종인 딱새 부부가 번갈아 우체통을 드나든다.
사람이 드나들어도 그냥 버티고 앉아 "뭘봐?" 이런다.
드디어 7월 1일, 미얀마에서 오신 스승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출국하신 뒤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새집을 들여다보았다.
6월 15일에 알을 발견했으니 2주 뒤인 29일경에 부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어미가 새끼들을 품고 있다가 포르르 날아가자 딱새 새끼들이 부리를 딱딱 벌린다. 어미가 벌레를 물어온 줄 아는 모양이다.
오늘 7월 2일, 사진을 찍어두려고 스마트폰을 들이대니 어미가 또 날아간다. 이번에는 새끼들이 죽은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시늉으로 보인다.
알이 네 개였는데 새끼도 네 마리다. 100% 부화했다.
잠시 뒤 텃밭에 심은 향채(고수, 향신채의 일종. 봄부터 가을까지 내가 즐겨 먹는다)가 너무 무성하고, 꽃이 만발하여 절반은 솎고 새 씨앗을 심으러 나섰다. 그런데 벌이 어찌나 많은지 미안해서 향채를 뽑을 수가 없다. 또 메뚜기 같은 곤충도 보이고, 더러 달팽이도 보인다. 이미 꽃까지 피었는데 막상 뽑아버리자니 향채에게도 미안하여 마음껏 씨앗을 맺으라고 더 기다려 주련다.
더불어 딱새 먹이를 일부러 쫓을 필요까지는 없으니 알아서 섭리대로 돌아가라고 나는 못본 척하기로 했다.
자비심도 경계를 넘으면 안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계산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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