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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9

내가 별군이 반려동물이라고?

막내동생이 말하기를, 우리 별군이는 자기 뜻대로 주인을 길들이는 놈이란다.

"형이 별군이 반려동물인 것같은데?"

주인이 저 원하는대로 움직이도록 예쁜 짓하고 재롱부려 혼을 빼놓는단다.

별군이는 먹고 싶을 때 먹고, 싸고 싶을 때 싸고, 산책하고 싶을 때 산책하고, 저 가고 싶은 길로 가야만 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평이다.


하지만 내가 하루 종일 별군이 시중을 드는 것같아도 내가 얻는 것도 많다.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커서 효도할게"하는 말 듣고 "너는 이미 효도 다 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마음이 지금 별군이 보는 마음이다.


짜증나고 지치고 화가 날 때면 별군이 재롱 한 번으로 말끔히 사라진다.

카페에서 아깝게 수다떨 때 별군이 보고 싶어 시간을 절약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서로 부대끼며 싸우다 보면 우울증이 뭔지 모르게 된다.

별군이 눈만 봐도 기운이 솟는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별군이가 제멋대로 떠들고 날뛰는 집안에서 한 켠에 누워 묵묵히 천장만 바라보는 

맥스가 있다는 것이다. 맥스는 내 목소리가 나면 고개를 쭈욱 빼어 천장을 바라본다. 

그래야 늘어진 귀가 열려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도 한 생명이건만 주장할 수 없고, 나설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유모차를 태워 마당을 한 바퀴 돌아주지만 그런다고 세상을 보고 싶은 열망이 가시지는 않는 것같다. 

몇 바퀴를 돌아도 언제나 좋다 하고, 저를 안고 있으면 내리려고 발버둥치는 법이 없다. 

별군이 같으면 "내 발로 걸을 거야!" 하며 사지를 버둥거려 뛰어내리지만 맥스는 그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