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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사도세자, 나는 그들의 비밀을

장수영목사 樂書의 記錄 - 사도세자 – 이재운

<여기서 가져옴>

 

노화공공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책 사도세자’, 얼마 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난 후 부쩍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가볍게 책을 집었다. 저자 이재운이 매우 유명한 사람이고 매력적인 사람인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사도세자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내게 제일 큰 소득은 소설가 이재운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 웬만하면 인터넷에 인물정보가 가득 들어있는데 이재운은 제대로된 사진조차 발견하기 어렵다.(네이버 검색 결과) 잠깐 신비주의 작가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분의 글을 통해 풍기는 느낌은 겸손과 소박한 성품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암튼 이재운의 다른 책들을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싶다.

 

역사는 정사가 있고 야사가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역사관은 정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야사는 왜곡과 허구가 가득하기 때문에 분명한 증거인 기록에 충실해야 한다는 실증주의사관이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기득권의 기록인 정사가 더 왜곡이 심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지금까지 정사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왕조 중심의 역사 기록들은 모두 치열한 경쟁에서 정권을 잡은 자들이 기록한 승자 중심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사관들은 보는 대로 적고, 듣는 대로 적고, 사실대로 적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이상일 뿐 현실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승만대통령이 6.25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일본에 피난 망명정부를 세우기 위해 도움을 청한 역사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뉴스에 보도되었다. 내가 초중고 국사 시간에 배운 정사에서 이승만은 독립운동가이고 국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승만의 흑 역사의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재운은 이러한 거짓된 정사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비록 픽션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더 생생한 사실에 가까운 역사를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굉장히 논리적이고 굉장히 사실적이고 굉장한 설득력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 나는 쉽게 빠져들었다.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사도세자만 다루지 않는다. 사도세자가 중심에 있고 자의대비(붕당정치의 산 증인 아래 요약 참조), 장희빈, 선의왕후(장희빈 아들 경종의 부인), 정조 네 명을 통해 사도세자의 정당성을 설명한다.

이 글은 분명 소설이지만 전개는 자기가 주장하려는 바를 증명하려는 아주 치밀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나는 사도세자에 대해서 좀 더 알려고 책장을 펼졌음에도 덤으로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위 네 사람 이면에 있는 역사적 정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참으로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서는 3대 세습으로 김정은이 통치하고 있다. 신문 방송에서는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은을 보지만 사실 그 내면의 모습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선의 왕들의 모습과 흡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고 살렸던 조선의 왕은 자기 형이나 동생도 아기 아들도 죽였다. 권력을 잡자마자 삼촌 장성택을 무참히 처형한 김정은이나 다르지 않다. 역사는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의 모습(왕권을 지키기 위해 쩔쩔매는)도 보지 않고 듣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되풀이 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조선 왕조 500년 그중 서인이 180년 정도 정권을 유지 독점하면서 나락의 길을 갔다. 조선이 망하게 된 원인이 되지만 서인은 요즘으로 하면 참으로 대단한 정당이다. 그런데 180년이나 오래 정권을 잡은 서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권력의 속성상 하나일 수 없다.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이 승리하자 노론은 또 다시 벽파와 시파로 나뉘어 권력을 탐하였다. 이렇게 서인들이 사분오열되며, 지들끼리 물고 뜯고 하는데도 남인이나 북인들이 결국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모습은 마치 한나라당이 친박이니 친이니 싸우다가 요즘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며 꼴사나운 꼴을 보이는 것과 닮았다. 그럼에도 선거마다 승리하며 정권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닮았는지....... 무능한 남인과 북인이 오늘의 야당은 아닌지........

 

** 사족을 하나 더 달면  이 책 내용과 상관없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왕과 부인은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다. 철저한 정치적 관계다. 왕이 부인을 내치는 것은 너무나 많이 보아서 잘 알고 있었지만 왕의 부인도 왕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도 사람인데, 인정이 있지 하는 생각이었다.

왕후라는 왕의 부인 자리는 고독한 자리다. 왕이 한번도 자기를 안아주지 않을 수 있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왕후는 더 권력을 죽기 살기로 탐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자기 남편이 왕의 자리에 있는 것보다 자기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이 더 좋다. 왜냐하면 자기가 더 큰 권력을 왕실에서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행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비 일 때는 왕의 총애를 얻어야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총애를 항상 얻기에는 왕실에 여자들이 너무 많다.

왕후가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내 아들이 왕이 되었을 때이다. 그래서 왕후는 자기 남편 왕을 아무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다.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갖혔을 때 아들인 정조는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했지만 사도세자의 부인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친정아버지는 한술 더 떠 사위를 죽이는데 뒤주를 직접 가져왔다. 여기까지는 정확한 기록이 있고 이 배경을 해석해 보면 사도세자의 장인은 자기가 정권을 잡기위해 사위를 죽이고 자기 딸을 과부 만든 것이다.(사실 자기 딸은 사도세자가 있을 때에도 과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정권을 확실히 잡았다.

많은 남자 아이들이 왕이었으면 꿈꾼다. 많은 여자 아이들이 공주나 왕비였으면 하고 꿈꾼다. 절대 꿈꾸지 않아야 할 것을 꿈꿔온 것이다. 옛날 봉건사회와 요즘 21세기에는 다르다고! 아니 영국의 다이애나를 보라!

 

 

** 자의대비 - 조선 제16대 인조(仁祖)의 계비(繼妃). 인조가 죽고 효종이 즉위하자, 대비(大妃)가 되었다.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예송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자의대비가 오래 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자의대비는 아무 권력 없이 왕실의 어른으로 얼굴마담만 하다가 호화 궁궐에서 쓸쓸하고 외로이 살다 죽었다.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갈 때 만난 것이 장옥정 (장희빈)이었다.

[출처] 장수영목사 樂書의 記錄 - 사도세자 – 이재운|작성자 마냥 웃고싶은 양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