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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아빠 나 무시하지마

따님이 도둑질해서 여기 잡아놓았어요

<따님이 도둑질해서 여기 잡아놓았어요>

농심가란 수퍼에서 다급히 부모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수퍼 주인 : 기윤이네죠?
엄마 : 그런데요?
수퍼 주인 : 기윤이가 친구들하고 우리 가게에서 도둑질하다 잡혔어요. 어서 이리 오세요.
비상이다. 아빠와 엄마는 열 일 제쳐두고 학교 근처 수퍼로 차를 달렸다.
가보니 기윤이하고 은비랑 하현이랑 셋이서 주인에게 붙들려 있다.
남보기 창피해진 엄마와 아빠는 기윤이가 훔친 물건을 계산해 값을 치르고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어떻게 교육을 해야 다시는 도둑질을 안할까 고민하던 아빠,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아빠 : 차에 타.
엄마 : 어디 가게?
아빠 : 파출소.
기윤 : 파출소면 경찰?
아빠 : 그래.
기윤 : 경찰에는 왜?
아빠 : 네가 도둑질을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돼. 하지만 넌 스무살이 안됐으니까 미성년자이고, 미성년자가 나쁜 짓을 하면 부모가 대신 벌을 받는 거야.
기윤 : 그럼 아빠는 어떻게 되는 건데?
아빠 : 파출소에 가서 자수해야지. 그러면 어디 먼 데로 잡아가겠지. 기윤아, 아빠는 한번 잡혀가면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러니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
기윤 : 아빠, 나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으니까 파출소는 가지 말자. 안가면 되잖아?
아빠 :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해. 아빠는 정직하게 자수할 거다.
그러면서 차를 몰아 파출소 근처를 향해 달린다.
 
기윤 : (손을 빌고 발을 빌다 못해) 엄마, 뭐해! 아빠 좀 말려 봐. 나 다시는 그런 짓 안할게. 친구들이 재미 있다고 해보자고 해서 한 거야. 다시는 안한다고 엄마가 아빠한테 대신 좀 말해줘.
엄마 : (기윤이가 하도 다급하게 구원을 청하자) 그럼, 한번만 용서하고 다음에 도둑질하거든 자수하지, 뭐. 여보, 기윤이를 믿어보자구.
아빠 : 어떻게 믿어? 딸이 도둑질을 하다니, 아이구. 내가 그냥 죽어야 해. 내가 도둑질하는 딸의 아빠라니. 아이고, 아이고.
기윤 : 아빠, 절대로 안할 거야. 그러니 걱정 마.
아빠 : 정말이지?
기윤 : 약속, 약속.
 
이튿날 주동을 했다는 하현이의 엄마가 기윤이 편에 사과 쪽지를 보내왔다.
- 농심가에서 같이 훔쳤다던 은비란 아이랑 천원씩 사먹었답니다.(훔쳤다가 들킨 뒤 돈을 냈으니까 산 건 산 거다)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많이 매를 맞았어요. 정신차리도록 하는 방법이 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죄송하구요. 미안합니다. 자꾸 이런 일이 있으니 저도 어떤 방법이 좋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현이 보면 어쨌든 꼭 혼내 주세요. 주의시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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