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무시하지마>
2001년 1월 1일.
아빠 : (달력을 바라보며) 새해로구나. 기윤이가 올해로 열 살이 되는 거지.
만으로는 여덟 살 11개월이지만, 한국식으로는 엄연히 열 살이다.
기윤 : (갑자기 비장한 표정이 되어) 아빠, 나 무시하지마. 이제부터 십대야. 그러니 애 취급하지 말라구.
아빠 : 그러지.
이때부터 칭얼대거나 까까를 사달라고 하거나 업어달라고 하면.
아빠 : 넌 10대야. 애들처럼 굴지 마.
뿐만이 아니다.
엄마 : 기윤이는 이제 십대니까 방 청소도 하고, 숙제도 알아서 잘 하고, 용돈도 잘 아껴쓰고…
아빠 : 어부바도 안하고, 자다 울지도 않고, 오줌도 안싸고…
외할머니 : 옷 벗어 아무 데나 던져두지 않고, 책이며 공책이며 늘어놓지 않고…
이러기를 몇 차례 하니 손해라고 생각했는지 기윤이가 10대론을 포기했다.
기윤 : 아빠, 진정한 10대는 중학교부터야. 아니면 6학년이나.
그러고는 도로 애기로 돌아간다.
- 2002년 1월, 태국 치앙라이 산족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