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증산 강사옥이 속삭하고, 일부 김항이 입이 아프도록 외치던 그 후천 상생의 세상은 언제 오느냐고 보채던 조선 말기 백성들의 처절한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무슨 소리, 개벽은 이미 이뤄졌다. 거지처럼 살던 조선 백성들이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선진국 소리 들으며 잘 살고 있잖은가.
남녀동덕의 시대를 지나 도리어 남성들이 손해본다며 여성혐오란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다(그래서 내가 소설 하늘북을 썼다)
그래, 4일 입춘 지나고 오늘이 벌써 7일이다. 그런데 새벽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다. 무슨 봄이 이러냐고 그가 따진다.
민주화됐다면서 왜 저런 잡놈들이 더 날뛰느냐 묻는다.
그래서 말했다. 이 잡놈들이 바로 민주화 상징이라고, 잡놈도 주권을 갖는 세상, 당당히 자기 할 말 할 수 있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라고.
배운 놈, 잘난 놈, 양반 사대부만 잘 살던 선천 상극 세상에서 백성들은 툭하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죽었다. 하지만 이 '잡놈의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그때처럼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잡놈들조차 제멋대로 거짓말하지 못하고, 사기치지 못한다. 그런 놈들은 기어이 감옥 가고 패가 망신한다.
입춘, 이미 봄이다.
왜 봄인가.
지난 달인, 겨울 1월 중심의 햇빛량(일조시간)은 10시간이었다.
봄이라는 2월 중심의 햇빛량은 10시간에서 56분이나 더 많다. 거의 1시간 더 햇빛을 받는다. 그 1시간만큼 세상은 더 따뜻해진다.
지금 당장 추운 것은 영하 40도의 성층권 북극 한파 때문이다. 이 놈들, 아무리 버텨봐야 결국 태양의 힘으로 밀려간다. 태양이 이미 벌떡 일어났다. 그러면 한파도 어쩌지 못하고 쫓겨간다.
* 동지에는 태양이 남쪽 산마루를 따라 지나간다. 낮이 9시간 36분 밖에 안되어 하지 때보다 무려 5시간 8분이나 짧다. 시베리아에서 보면 그 태양이 남쪽 산마루 아래로 내려가 햇빛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동지에 태양이 죽었다고 표현한다. 그러다가 입춘이 되면 죽은 듯하던 태양이 벌떡 일어선다. 그래서 建陽이다. 건양다경이란 입춘방은 그래서 쓰는 것이다. 고종의 연호라서 쓰느니 어쩌니 하는 건 아마추어들이 하는 거짓말이다.
성층권 한파가 아무리 버텨도 일어서는 태양을 이겨내지 못한다. 곧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도 그렇게 변한다. 이런 변화는 아무도 거스르지 못한다. 거짓말, 위선, 사기, 내로남불, 지금은 웃고 떠들지만 결국 감옥간다. 진실의 태양, 정의의 태양이 이미 섰다.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거짓을 몰아내는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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