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소설 이순신

"이순신은 영웅이 아니라 역적이었다"

<왕이 버린 역적 이순신> 머리말

 

“이순신은 영웅이 아니라 역적이었다”, 서인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국왕 이균에게 망궐례를 하지 않은 반역자이자 삼도수군을 몰고 한강으로 쳐들어와 조선 사직을 뒤엎으려는 역모자였다. 그의 조부 이백록 역시 역적 조광조를 따르던 패거리로 한때 삭탈관직된 바 있다.

 

“파직해라! 잡아들여라! 죽여라!” 서인들은 소리 높여 외쳤다.

그래서 파직되고, 좌천되고, 고문받고, 두 번이나 삭탈관직되어 말단 병사로 백의종군했다.

하늘조차 그의 편이 아니었다.

 

녹둔도 전투로 여진족을 몰아냈건만 조정은 그를 삭탈관직하여 계급조차 없는 말단 병사로 강등시켰다.

기어이 여진족 추장 울지내를 잡고 여진병을 크게 무찔러 명예를 되찾지만 아버지 이정의 사망으로 3년 시묘살이에 들어간다.

그 사이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흉흉하자 조정은 이순신을 정읍현감으로 겨우 살려놓았다.

그 사이 정여립 사건으로 기축옥사가 일어나면서 당쟁이 폭발, 지리산 동서의 선비 천여 명이 연루되어 죽거나 유배를 당하는 사이 동인이라고 하여 바짝 움츠렸다.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흉흉하자, 이순신은 느닷없이 특별채용(不次採用)되어 전라좌수사에 임명된다. 사간원은 “아무리 인재가 부족하다지만 어떻게 현령을 갑자기 수사(水使)로 보냅니까. 빨리 파직하소서”라고 요구한다. 전쟁 안난다고 큰소리친 김성일조차 그를 파직시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순신은 옥포, 사천, 한산에서 대승을 거두고, 평양까지 쳐올라간 일본군은 해상 보급선이 막혀 할 수없이 서울로 후퇴하고, 또 부산으로 달아났다.

압록강 의주까지 도망쳤던 국왕 이균을 서울로 돌아오게 바다를 평정하였건만 어느 날 갑자기 금부도사가 쳐들어와 그를 의금부로 잡아갔다.

 

왕이 말했다. “이순신은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므로 죽어 마땅하다.

이순신이 가등청정의 머리를 베어온다 한들 그 죄를 어찌 갚을 수 있겠는가.”

이순신은 울부짖었다. “해가 캄캄하게 보인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빨리 죽기만 기다릴 뿐이다.”

* 드라마 속 이순신 고문 장면. 저 앞에 앉아 피투성이가 된 이순신을 삐딱하게 쳐다보고 있는 놈이 윤근수다. * 조선시대 3대 혼군암군. 임진왜란 당해 보름만에 궁성 빼앗기고 압록강까지 도망가 명나라 망명 추진하던 선조 이균, 병자호란 당해 백성 수십 만 명을 청나라에 바치고 제 목숨 하나 보전한 인조 이종, 일본에게 나라 팔아먹고 저는 일왕이 주는 연금 받으며 호의호식한 고종 이명복, 또 이 놈들이 환생하여 대통령질하며 간신, 위선자를 앞세워...

 

조정은 그를 죽도록 고문한 뒤 백의종군시키지만 모진 하늘은 한 술 더 떠 그의 어머니마저 데려간다.

그 사이 정유재란이 터져 칠천도해전으로 전멸한 조선 수군이 백의종군 중인 이순신에게 맡겨진다. 칠천도전투에서 탈영한 경상우수사와 같은 계급으로 벼슬이 깎인 그에게 남겨진 전선은 겨우 열두 척이다.

 

호남을 유린한 일본군이 별동대 3만 5천 명으로 한양까지 진격한다면서 어란포에 집결할 때, 이순신은 명량을 굳게 틀어막고 죽을힘을 다해 싸워 물리쳤다.

이때 그의 아들 면은 고향 아산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죽었다.

헉헉거리며 싸우던 중 노량해전에서 마지막 일본군을 몰아내던 날, 하늘은 끝내 이순신의 목숨까지 거둬갔다.

그래도 이순신이 영웅인가?

 

이순신은 죽어서도 삼도수군을 궤멸시킨 원균과 동급이 되고, 한산대첩에 앞장서고 부산포 해전에서 전사한 녹도만호 겸 우부장 정운은 공신록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국왕의 신발이나 챙기고 매화틀 들고 종종걸음한 내관 40명이 공신이 될 때 이순신의 명령을 받고 싸우다 죽은 장수들은 철저히 버려졌다.

심지어 이순신의 전투기록이 담긴 <징비록>은 조선시대 내내 ‘절대로 읽어서는 안되는 금서’였다.

 

수없는 사람들이 이순신을 헐뜯었다.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 그를 비난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서인들의 혓바닥을 구르는 완롱거리였다. 임금조차 이순신을 죽이려 들고, 서인 당수 윤두수의 동생 윤근수는 그를 고문했다. 판의금부사 윤근수는 보름만에 궁성 잃고 강토를 버린 선조 이균에게 아첨하여 그런 왕에게는 차마 줄 수 없는 묘호 祖를 바쳐 이 무능한 혼군암군을 그만 ‘宣祖’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부르게 한 자다. 윤근수는 그 입으로 원균은 고금에 없는 명장이고, 이순신은 역적이라고 말했다.

 

아, 물론 사람이 아닌 <역사>만은 이순신을 가리켜 영웅이라고 한다.

<역사>란 임금인 선조 이균이 쓰는 것이 아니고, 서인 당수 윤두수가 쓰는 것도 아니고, 남인 김성일이 쓰는 것도 아니고, 오직 400년간 이 땅에서 모든 겨레가 시공(時空)을 초월해 함께 쓰는 것이다.

그러니 이 <역사>에 비하면 당대의 권력자들이란 한 줌 모래알일 뿐이며, 그들이 말하는 <역적>은 종종 역사의 영웅이 되곤 한다.

당신에게 이순신은 영웅인가, 역적인가?

임진왜란 중 두 번이나 백의종군 당한 이순신이 목숨 바쳐가며 겨우 구해낸 나라를, 국왕과 대신, 이 역적 간신들은 3백년 만에 기어이 일본에 갖다 바치고, 저희들은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 되고, 고종 이명복은 일제로부터 &lsquo;이왕(李王)&rsquo; 작위를 얻어 해마다 180만 엔의 세비를 받아 저희끼리 호화롭게 살던 일제시대, 이순신 묘소와 이 묘소를 관리하는 비용을 대던 위토(位土)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민초인 국민들이 일어나 그 빚을 대신 갚아 기어이 묘소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