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국가반도체산단 발표 보면서 가소로이 웃음 짓다
어제인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최대의 반도체산단을 용인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다음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이창양 산자부장관이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만 놓고 보도 경위를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수도권에 세계최대규모인 215만 평 정도의 반도체 국가산단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300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용인이라는 말은 안나온다.
이어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경기권에서는 용인에 인근 반도체 기반과 연계한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의 전진기지로 만들어 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제야 용인이 등장한다.
이창양 산자부장관은 "경기 용인 남사에 215만평의 첨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국가산단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용인 중 남사라는 특정 지명이 나온다. 용인 기흥구는 삼성반도체가 처음 시작된 곳이고, 용인 원삼면은 SK하이닉스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중이고, 이번에 나온 반도체 국가산단은 남사면에 짓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사실 이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우제창 전의원 시절에 삼성과 더불어 추진하던 건으로, 당시 '세계최고 선진용인'이란 무지막지한 슬로건을 내세우던 서정석 시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출처 필요. 하지만 '세계최고 선진용인'은 될 것같음)
말하자면 삼성은 진작에 남사면 일대에 삼성전자 공장을 늘이려고 했지만 정치권의 몰이해로 무산되고, 대신 먼 평택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압박과 초격차 전략의 위험이 잇따르자 이재용 회장이 용인 기흥반도체와 화성, 평택을 잇는 새로운 대규모 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보도자료 하나 없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정작 승리자인 삼성전자는 뒤에 숨어 있다.
이번에는 경기도. 김동연 지사 명의로 "오늘 그 결실을 맺게 되어 1,400만 도민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즉시 관련 부서와 해당 시, 인프라 유관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반도체 지원 TF’를 구성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미 조성중인 415만㎡(126만평), 120조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번 710만㎡(215만평), 300조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더해, 경기도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겠다"고 하며 원삼의 하이닉스든 남사의 국가산단이든 경기도가 바로 반도체 국가산단이라고 강조하였다. 틀리는 말이 아니다. 용인 기흥, 용인 원삼, 용인 남사까지 용인이 가장 큰 반도체 중심지지만 경기 이천, 경기 화성, 경기 평택이 이미 반도체 권역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경기도가 중심이다.
이번에는 기초단체인 용인을 보자. 여기는 실익도 없는 특례시란 완장을 찬 뒤로 무조건 특례시의회, 특례시장 등 특례시를 강조하는 집단이다(오세훈은 서울시장, 홍준표는 대구시장이지 서울특별시장, 대구광역시장이라고 잘 안한다) 이상일 시장은 남사 반도체 국가산단 발표 직후 ""제가 많이 바쁘기도 한데다 다른 이유도 있어 이 공간에 글을 자주 쓰지 않고 있지만.."이라며 "용인특례시장인 저와 공직자들은 정부와 삼성전자, 유관기업,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이 사업의 주체인 것처럼 자랑했다. 게다가 "남사읍이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되기까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정부, 삼성전자와 신중하고도 치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이 막중한 과업을 잘 이행해 준 용인특례시 관계자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하면서 이상일 시장과 용인시 공무원들과 용인 관계자들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막중한 과업'을 이행했단다. 자화자찬의 극치다. 더구나 기사를 보니, 대통령 사진 대신 자기 사진을 올렸다. 그것도 급하다보니 반도체 관련이 아니라 자기 혼자서만 추진하는 '용인르네상스' 구호를 배경으로 찍었다(사진 오른쪽 맨아래. 이상일 시장, 윤석열 후보가 기찻간에서 의자에 구둣발 올린 사진을 찍어 올려 표 깎아먹은 바 있다)
페이스북 글인데 방금 인용하려고 보니 삭제되었다. 다만 여기로 가면 그대로 있다. 심지어 자기 얼굴 사진부터 큼지막하게 올렸다. https://m.ekn.kr/view.php?key=20230316010003767
팩트체크 및 결론.
이상일 시장이 보안을 유지했다더니, 막상 오늘 나온 반도체 국가산단의 그림을 보니 대반전이다.
어제까지는 국가산단 예정지가 수도권 -> 용인시 -> 남사읍이라고 나오더니 오늘 국토부 고시를 보니 남사읍은 58킬로평방미터이고, 정작 아무도 말하지 않던 이동읍이 무려 71평방킬로미터다. 이러면 이게 <이동읍 + 남사읍>인데 용인시장은 뭘 몰랐단 말인가? 더구나 남사읍은 동쪽 산쪽이므로 거긴 이동으로 넘어가는 산등성이라 남사읍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자랑하려면 좀 제대로 하지
국토부는 당장 해당 지역 토지거래를 막아야 하므로 이런 고시를 제대로 한 것같다.
나는 남사라고 해서 남사 IC부터 꽃농장이 즐비한 평야지대인 줄 알았더니(오른쪽 가운데 사진처럼) 땅값이 싼 이동읍 서쪽 산과 이동읍 동쪽 산까지 길게 고시되었다. 민감한 일반 토지는 이동읍에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산이다. 민원이 지겨워 최대한 피한 것같다. 원삼면의 하이닉스도 사실 땅값이 비싼 곳을 피해 주로 야산을 지정했는데 그래도 사시사철 붉은 현수막이 주렁주렁 걸리고, 용인시청이 민중가요로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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