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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탐스런 작약꽃 한 송이

 

 - 저기 먼 통영에서 인터넷 선을 타고 올라온 작약꽃이다. 아마 지난 해에 핀 꽃인가 보다. 통영 친구가 이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놓았길래 나도 한 장 얻고 싶다고 하여 여기 자리 잡았다. 나도 10여 년 내 집에 백작약과 이 사진과 같은 분홍 작약 두 가지를 길렀는데, 그 집을 팔고나오면서 그뒤로 작약을 길러보지 못했다. 그 마을 이름이 용수마을인데, 거기 내 친구 하나가 아직 산다. 정신분열증에 걸려 크고작은 에피소드가 많은데, 서재에 있던 산야초 책을 빌려가 열심히 읽더니 어느날 제 아내 약으로 쓰게 백작약 뿌리를 캐달라고 하여 캐준 적이 있다. 그뒤로도 여기에 좋다, 저기에 좋다 하여 서너 뿌리 더 얻어갔다.

 

내가 작약을 기를 때는 수많은 꽃 중의 하나로 우리 식구들한테서 그다지 큰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남이 찍은 사진을 보니 울컥 그때 내가 기르던 작약이 생각난다. 그저 우리딸한테 좋은 꽃 많이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꽃이란 꽃은 다 심어 그 종류가 무려 백 가지가 넘었다. 어린 딸이 노랑꽃을 좋아하여 노랗게 피는 꽃이란 꽃은 어떻게든 구해다 사다 심으려 시도했었다. 노랑장미, 황매화, 개나리,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노랑꽃이 몇 가지 더 있었다.

 

덕분에 딸은 요즘 제 친구들에게 어려서는 시골에 사는 게 여러 모로 좋다는 주장을 편다. 언제고 그런 집에서 다시 살고싶단다. 그래서 올해부터 장원 개념의 집을 다시 짓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간 겪고 배운 여러 가지 상식을 바탕으로 수종을 잘 선택하고, 물길이며, 집터 같은 걸 세심히 살펴 죽을 때까지 내가 살고, 딸 역시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어야겠다. 한 10년 계획을 세워 골짜기에 귀한 나무들을 기르고, 갖가지 꽃을 심어 나갈 참이다. 집 짓는 건 머리로만 짓다가 내가 내려가 살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 지으면 된다. 지었다 부쉈다 그 재미로 꿈을 꾸련다. 그곳 마당 한 귀퉁이에 이 작약을 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