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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어머니의 욕심

어머니는 올해 팔순이다.

오늘  전화를 거니 어머니가 고추 모종 3백 포기를 예약해 놓았다고 말씀하신다.

안된다고 버럭 소리쳤다.

- 고추를 그렇게 많이 심으면 농약 쳐야 하잖아요? 안돼요. 20포기 정도만 심어서 풋고추나 따먹자구요.

- 20포기로 뭐하니? 7백 포기 심던 걸 줄이고 줄여 3백 포기가 됐는데, 그 정도는 돼야 농약을 쳐도 한번 이랑끝으로 나갔다가 돌아나오면서 칠 수 있지.

- 왜 어머니가 농약을 쳐? 사먹으면 되지? 내가 죄다 나무 심어버릴 거야.

- 둘째가 농약 쳐주기로 했다.

- 그럼 고추농사는 둘째형더러 책임지라고 해.

- 남들은 다 농사를 짓는데 우리만 놀면 되니? 약올라서 안되지.

- 별게 다 약오르네. 그냥 사먹자니까. 운동삼아 할 수 있는 거나 조금 심어요. 상추나 오이, 토마토 같은 거.

- 물론 그런 것도 심어야지. 그런 거 사다 먹으려면 배 아파 안된다.

 

어머니는 평생 놀고먹어 본 적이 없는 분이라 손가락이라도 꼼지락거려야 사는 맛이 난다고 하시는 분이다. 말로는 안되겠고, 하는 수없다. 모레 저녁이 아버지 제사라 내일은 내려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묘목 파는 델 들러 뭐라도 사다가 밭에다 확 심어버려야겠다. 뭘 심는담. 여기저기 나무를 너무 많이 심어 이젠 심을 묘목 찾는 것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