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짜기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지 며칠 되었다.
밖에 드나들 때마다 어찌나 시원한지 이제야 겨울맛이 나는 것같다.
해는 화창하고, 온도는 볼이 시릴만큼 차니 정신이 번쩍 난다.
좀 우쭐하던 고개가 탁 꺾이고, 게으름도 날아가고, 두루두루 겸손해져서 좋다.
철대문 잡을 때마다 그 시원한 감촉이 살맛난다.
혹시라도 두뇌가 냉해를 입을까봐 털모자는 쓰고다니지만
그래도 이 짜릿한 한기가 좋다.
숨쉬기한다고 마당에 나갔다가도 혹 폐렴이라도 걸릴까 무서워 금세 들어오지만
이 시원한 공기가 참 맛있다.
이렇게 한 열흘만 더 추우면 내년 농사는 풍년이 들 것같다.
이 정도는 돼야 해충이 죽지 안그러면 이놈들이 죄다 살아나서 밭작물을 다 갉아먹는다.
요 몇년 사이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걱정 올해는 안해도 된다.
사람도 이 정도 추위에 담금질을 해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눈에 서기가 어리는 법이다.
따뜻하기만 하면 눈빛이고 뭐고 다 흐리멍텅해진다.
* 추위에 고생하시는 분들에겐 참말로 미안한 글이네요.
이렇게 한가한 사람도 있나보다 여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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