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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전원주택 집짓기

전원 이야기 | 2007/05/19 (토) 22:33

 

전원주택 집짓기


전원 주택은 지금부터 중요하다.
자리를 고르고 집을 짓기 시작하면 건축업자들하고 어지간히 싸워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좀더 색다른 집을 지을 거면 서울에서 아는 건축업자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시골 건축업자들은 대부분 농업용에 알맞게 설계하고, 그런 감각으로 짓는다. 지어놓고 보면 주변에 비슷한 집이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중의 하나가 설계가 너무 화려하고 지나치게 외국풍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불러들이는 건 행운이 아니라 도둑떼일 뿐이다. 그러므로 외관은 가급적 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외관이 지나치게 튀면 위화감을 조성하기 쉽고, 쉽게 질리고, 주변 산천과 어울리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페인트 색깔 등도 반드시 주변 색채와 어울리도록 해야 한다.(안그러면 결국 카페로 팔리게 될 거다.)

집을 짓기 전에는 가급적 동네 이장을 만나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을 것이라고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덤터기를 쓰는 일이 생긴다. 새끼 밴 소가 레미콘 소리에 놀라 유산했다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 트럭이 지나가면서 담장에 금이 갔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이 경우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일은 건축업자와 의논해 미리 손을 써야 한다. 마을 회관에 음료수를 한 박스 바치거나 마을 잔치 때 헌금을 하면 소가 유산하지도 않고 담장에 금이 가지도 않는다.

집을 짓기 시작하면 가급적 휴가를 내든 어떻게 하든 현장을 지켜야 한다. 안그러면 설계대로 되지도 않고, 불량자재가 슬그머니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건축업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하여튼 집짓는 일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끊임없이 감시하고 따져야 한다.

또 일꾼을 잘못 쓰면 여덟시쯤 출근해서 망치를 두어 번 두드리다 열시쯤 참을 먹고 열한시쯤 다시 망치를 들었다가 열두시에 점심을 내오라고 요구한다. 두시까지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일을 하는둥마는둥 세시에 참을 먹고 담배 피우고 농담하다 일을 마친다. 지난 외환위기 직전의 일꾼들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러므로 건축비는 반드시 여러 차례에 나누어 완성도를 보아가며 지불해야 한다. 안그러면 업자가 일을 태만히 하거나 까다로운 건축주 일부터 먼저 하려고 방치하기 십상이다. 또 초기에 한꺼번에 돈을 지불하면 일꾼들에게 품삯이 돌아가지 않아 태업을 벌이기 일쑤다.

전원주택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정원이다. 근사한 잔디 정원에 친지들을 초청해 바비큐라도 만들어 돌리고, 은은한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정원이 그렇게 아름답기 위해서는 중노동이 필요하다.

우선 마당을 흙 그대로 둘 경우 가장 골칫거리다. 여름철에는 잡초가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처치 곤란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농약을 치면 그 독기가 땅으로 스며들어 정원수에 좋지 않고, 자칫하면 지하수로 스며들 염려가 있다. 농약을 안치자니 그걸 다 뽑을 재간이 없다. 내가 본 대부분의 전원주택 마당은 잡초로 무성하다.

결국 어느 단계에 가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원에 계단을 두어 돌을 빼곡이 쌓은 곳은 더더욱 힘들다. 거기 자라는 잡초는 뽑기도 힘들고, 관리가 불가능하다. 철쭉이나 개나리 따위를 심어도 잡초는 그 틈새로 마구 자란다.
잡초 제거가 힘이 들 경우에는 잔디를 까는 게 가장 좋다. 단 잔디를 깔 때는 집안의 습도가 높은지 낮은지 따져보아야 한다. 잔디를 깔면 습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조건인지 살펴야지 안그러면 그러지 않아도 축축한 땅에 물밭을 만들어 놓을 위험이 있다. 너무 습한 잔디밭에는 지렁이같은 이로운 생물도 살지만 온갖 잡충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변한다.

이걸 감안해 잔디를 심으면 일단 관리가 쉽다. 잔디깎이는 농기계 파는 가게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데, 대략 50만원 안팎이면 쓸만하다. 잔디에 섞여 자라는 잡초는 웬만하면 이 기계로 다 깎아버릴 수 있다. 생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잡초하고 섞여 자라는 걸 깎아놓으면 전투복 무늬처럼 다양해져 좋은 면도 있다. 그러나 깨끗한 멋을 좋아하는 사람은 독성이 약한 제초제를 한번 정도 뿌려서 잔디를 보호한 다음 그 뒤로 잘 깎아주기만 하면 문제없다. 다만 토끼풀은 호미로 그 뿌리까지 뽑아내지 않으면 안된다.(잔디깎기용으로 산 휘발유는 구입 후 한 달 내에 다 소비하든지, 남으면 자동차에 쓰는 게 좋다. 통에 오래두면 휘발성이 떨어져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된다.)

잔디가 잘 자라면 마당을 산책할 때 발이 편해서 좋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양탄자를 깐 것처럼 아름답다. 잔디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골프를 좋아한답시고 양잔디를 깔면 1년이 못되어 크게 후회한다. 양잔디는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잘 알아보면 한국 기후에 맞으면서 예쁜 수입 잔디가 있다.)

이제 마당이 전체적으로 안정되면 화목(花木)을 심어야 하는데, 이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권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동백, 체리, 석류, 감나무, 천리향, 만리향 따위는 조심해야 한다. 온도에 따라 자랄 수 있는 나무가 있고,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그리고 봄꽃, 여름꽃, 가을꽃이 다 다르므로 적당히 배치하지 않으면 어느 철에도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계절성을 무시하고 섞어심으면 사철 내내 심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