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이야기 | 2007/05/19 (토) 22:47
전원 생활의 지혜
전원 생활은 서구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알맞다. 한번에 잔뜩 쇼핑을 해다 놓고 열흘이고 보름이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장고는 대형이어야 한다. 보일러 기름 탱크도 가급적 다섯 드럼 이상이어야 한다. 안그러면 한 달에 한번씩 주유소차가 들락거려야 한다.
요즘에는 대형 쇼핑 센터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데에 가서 대량으로 값싸게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대신 간단한 채소는 직접 길러먹는 게 안전하다. 상추, 파, 아욱, 배추, 무, 깻잎, 호박, 머위, 부추 정도는 쉽게 기를 수 있다. 물을 잘 주면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많이 기를 것도 없다. 상추는 열 포기면 5인 가족이 넉넉하고, 다른 것도 열 포기에서 스무 포기면 족하다. 더 기르는 것은 욕심이므로 굳이 기를 필요가 없다. 작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면 더 좋다.(혹시 주변에 시장용 채소를 기르는 데가 있으면 꼭 견학하라. 다시는 시장 채소를 먹지 못할 테니까.)
전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과 취침 시간이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눈을 감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잠을 너무 일찍 자면 아침에 괴로우니 적당히 버텨야 한다. 저녁 시간을 활용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서울하고는 달리 시골은 오후 여덟시면 적막강산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여섯시면 한밤중으로 변한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는 코스를 개발하면 좋다. 1킬로쯤 숲길을 걷는다거나 밭두렁 논두렁을 걷는 것도 좋다. 어디든 이만한 산책로는 꼭 있다. 골프를 치는 사람은 이른 새벽에 퍼블릭 코스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경기 지방에는 골프장도 많고 그만큼 퍼블릭 코스도 적지 않다. 괜찮은 수영장도 많이 있으므로 부지런하기만 하면 취미를 들일 수 있다. 승마장도 여러 군데에 있으므로 승마를 해도 좋다. 주말에는 낮은 산을 등산하면서 건강을 다지는 게 좋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옥외 변전소나 전봇대에 벼락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단전 사고가 잦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양초, 랜턴, 가스버너 등이 있으면 좋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사람들은 정전이 되어도 데이터를 저장해주는 노트북이나 그런 기계 장치를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터넷은 아주 불편하다. 아파트 지역에는 고속 인터넷망이 깔려 있는데, 개인 주택에는 어림없다. 텔레비전에서 뭐라고 광고하든 그건 남의 집 얘기다. 그러므로 문서 전송이나 기사 검색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인터넷 속도가 중요한 분들은 무선인터넷 장치로 해결하면 가능할 것이다.
전화의 경우 여름철에는 불통되는 경우가 많다. 역시 벼락 때문이다. 이럴 때에 대비해 휴대폰을 꼭 켜두어야 하고, 가급적 무선 통신 기기를 갖추면 좋다.(정전되거나 벼락 떨어질 때 휴대폰 기지는 안전한지 모르겠다.)
애완동물 기르기도 알아야 한다.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순간부터 그 집에는 사람만 사는 게 아니다. 들쥐, 들고양이가 수시로 드나들고, 까치와 참새 같은 새가 저희집처럼 알고 드나든다. 제비가 집을 지을지도 모른다. 개구리, 메뚜기도 살고, 거미와 지렁이, 개미, 나비, 벌 따위는 헤아릴 수가 없다. 땅강아지, 풍뎅이, 무당벌레 등등. 이놈들한테는 처처가 다 제 집이다. 쫓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그럴 수 없다. 할 수 없다. 그들과 공동으로 살아야만 한다.
전원에서 기를 수 있는 것으로 개와 닭을 예로 들어보자.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키가 큰 도베르만이나 로트와일러, 진돗개, 풍산개, 아키다 같은 준맹수들을 좋아한다. 아마 도둑이 들지 않을까 싶어 그럴 것이다. 그러나 도둑이 걱정이라면 경비업체를 이용하는 게 좋다. 그런 개들은 도리어 개도둑의 표적이 된다. 개도둑들은 신기한 재주로 그놈들을 쥐도새도 모르게 엮어간다.
기왕 개를 기를 것이면 작은 종자를 기르는 게 좋다. 작은 개들은 겁이 많기 때문에 짖는 데 탁월하다. 큰놈들은 제 덩치만 믿고 그리 맹렬하게 짖지 않다가 개도둑한테 잡혀간다. 어차피 도둑을 물어죽이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잘 짖는 개가 더 좋다.
그리고 외래종보다는 국산 잡견이 머리가 더 좋다. 나는 잡견과 혈통있는 외래견을 반반씩해서 여덟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잡견의 머리가 훨씬 더 우수하다. 올해 열두살난 잉글리쉬코커스파니엘종은 숫제 내가 모시고 산다.(이놈 때문에 어머니한테서 욕 많이 먹는다.) 그에 비해 잡견들은 눈치도 빠르고 집을 지키는 데 거의 목숨을 바치려든다.
또한 개는 지능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처음 입양할 때 20년은 함께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즉 한 식구로서 받아들여야지 중간에 기르다 말면 개한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사람 역시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개는 동물병원을 한 군데 정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사람과 개 양쪽 건강에 다 좋다. 해마다 예방주사를 맞히고, 병증이 보이면 진단을 받는 게 좋다. 개는 맛있는 사료보다 사람의 정을 더 그리워한다. 2차병원까지 있으니 아무리 큰병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 안그러면 그때가 되어 너무 슬프다.
닭은 기르기가 아주 어렵다. 병이 잘 돌고, 그러면 쉽게 죽는다. 물이 더러워도 안되고, 사료가 좋지 않아도 죽는다. 모래를 먹지 않아도 항문이 막혀 죽는다. 반드시 땅 위에서 살아야 한다. 시멘트 바닥은 안된다. 양계장에서는 무슨 수가 있는 모양이지만, 개인이 기를 때는 그래서는 안된다.
집에서 생산하는 계란은 영양학자들이 예찬하는 바로 그 계란이다. 그러나 수퍼마켓의 계란은 고소당할까봐 뭐라고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믿기 어려운 게 많다. 항생제도 그렇고.
닭에 비해 오리는 썩은 물을 먹고도 거뜬하다. 집안의 잡초를 제거하는 데는 닭이나 오리가 큰 일꾼이다. 알도 쑥쑥 잘 낳는다. 농협에서 파는 사료를 사다 먹이면 먹이 걱정도 할 것없다.
이쯤해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이라면 청사진을 대략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전원생활의 이면에는 여기 적지 못한 자잘한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 살아가면서 느끼고 깨우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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