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말의 어려움

이런 기사가 떴길래 한 줄 쓴다.

'워낭소리' 감독 "돈 만원 주며 사진찍자고 희화화…노인들,동물원 원숭이 아니다" 비판

 

말이란 한번 입에서 나오면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게 된다.

감독이야 그럴 의도가 아니겠지만, 노인들을 동물원 원숭이로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이 감독 덕분에 나까지 '노인들=원숭이'란 이미지를 떠올렸으니 큰 결례를 범한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도, 써도 정말 주인공 노인들을 위한다면 위한다면 그런 어휘자체를 입에 올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부인하기 위해 썼다 해도 이미 입에서 '동물원 원숭이'라고 나왔으면 이미 노인들에게 누가 된 것이다.

아마 젊은 감독이라 말에 관해 잘 몰라서 이런 실수를 한 거겠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는 게 좋다.

 

누가 자기 누이를 가리켜 갈보라고 했다 치자. 그렇다고 "내 누이를 갈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하는 식으로 해명해서는 안된다. 그런 구체적인 어휘는 법정에서나 하고, 실생활에서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 듣는 이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 '누이=갈보'를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 "내 누이를 빗대어 말하는 걸 듣고.." 하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누이의 인격은 다른 사람이 지켜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축구선수가 지난 월드컵 때 바로 이렇게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상대 선수가 '갈보'란 어휘를 썼지만 그는 결코 그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