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이시옷이 볼수록 눈에 거슬린다. 맞춤법 개정 이후 나도 헷갈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주로 이어지는 명사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가는데 세련되지 못한 코디네이션을 보는 것같다.
한두 개 쓸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방송 자막에 툭하면 사이시옷이 들어간 어휘가 나오니 보기가 몹시 불편하다.
아무리 문법에 맞아도 불편하면 바꿀 궁리를 해봐야 한다.
부좃돈, 막냇동생. 막냇삼촌.
등굣길. 하굣길. 장맛비.
꼭짓점, 최솟값, 최댓값, 대푯값...............
사이시옷은 우리말에 핀 버짐같다. 사마귀나 잡티같다.
뭔가 깔끔하게 닦아줄 묘책이 필요하다.
내가 비록 우리말 사전을 몇 권 편찬하기는 했지만 문법까지 파고들 생각은 없다.
문법학자들, 국문학박사가 오죽 많은가. 열심히 연구해서 이 불편을 해소시켜 주었으면 고맙겠다.
북한은 사이시옷을 아예 안쓴다니 그걸 참고하고,
또 우리 사이시옷이 일본말 '쯔' 사용법을 베껴온 비판이 있던데 그런 비판도 면할 겸
두루두루 연구하시길...
악법도 법이라니 일단 공부는 하자.
<참고>(퍼옴)
사이시옷 규정
- 한글맞춤법 제 30항
사이시옷 규정은 표기상 'ㅅ'을 덧붙이느냐 마느냐를 판별하는 게 관건이다. 현상만 놓고 보면 복잡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사이시옷을 덧붙이는지를 숙지하는 일이다. 다른 규정은 오랜동안 언어생활을 한 습관을 떨치지 못해 예외규정을 많아 외우기가 불편한데 사이시옷은 드물게 예외 조항이 없다.
먼저 사이시옷이라는 명칭에서 몇 가지 전제를 얻을 수 있다. '사이'. 이것은 두 대상의 틈, 이음새 등을 의미한다. 문법 사항에서는 단어와 단어 사이가 된다. 즉, 사이시옷은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는 합성어의 이음새에 들어가는 '시옷'이다.
그럼 멀쩡한 단어와 단어 사이에 왜 시옷이 들어가는가를 알아보자.
한글 맞춤법 제 1항에는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이 있다. 표음문자인 한글을 적는 데 소리를 우선하되 읽기 쉽고 전달이 쉽도록 어법을 준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합성어로 묶인다고 해도 각각의 단어가 본래 소리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당연히 표기도 각각의 단어로 쓰일 때와 같아야 한다. 하지만 단어가 붙어 소리날 적에는 음가가 충돌해 본래 음이 변하기도 한다. 이때 변한 소리를 표기하는 방법이 사이시옷이다.
예를 들어 <나뭇잎>은 각각 <나무>와 <잎>이 붙어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나무의 음가는 [나무], 잎의 음가는 [입]이다. 이게 합성어로 묶일 때는 [나문닙]으로 <나무+ㄴ+ㄴ+입>의 소리가 난다. 본래의 소리에 ㄴㄴ이 덧붙여진다. 나무와 잎이 붙어 합성어가 되면 소리가 변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옷을 덧붙이는 것이다.
다행히 이처럼 합성어을 형성하면서 본래의 음가가 변하는 경우는 세 가지로 묶여있다. 첫째,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나룻배, 냇가 등이 그 예다. 둘째, 뒷말의 첫소리 'ㄴ, ㅁ'앞에서 'ㄴ'소리가 덧 나는 것. 아랫니, 냇물이 그 예다. 셋째,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나는 것. 깻잎, 나뭇잎이 그 예다.
이 세 가지 경우뿐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조건이 몇 붙는다. 앞단어의 끝소리가 모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앞단어의 끝소리가 자음(받침이 될 것이다)이면 여기에 시옷을 덧붙여 괴기스런 표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가 붙는다.
예를 들어보면 <손등>이 있다. 손과 등이 붙어 만들어진 합성어로 음가는 본래의 것과 달리 등이 [뜽]으로 소리난다. [손뜽]으로 말이다. 첫째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 사이시옷을 덧붙인다면 ㄴㅅ 받침이 탄생하게 된다. <집일>의 경우 ㅂㅅ받침이니까 원래 없는 받침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자음에 시옷을 붙여 이중 받침을 만드는 예를 피하므로 일괄적으로 사이시옷 규정에서 배제한다.
또 한가지, 두 단어 중 어느 한 단어라도 순우리말이어야지 둘 다 한자인 경우는 6개의 예외를 빼고는 사이시옷 규정에서 제외한다. 곳간, 찻간, 뒷간, 셋방, 숫자, 횟수. 이렇게 6개다. 다행히 숫자와 횟수, 셋방을 빼면 잘 쓰지 않는 말이다. 30초면 외운다.
이쯤에서 단계를 다시 밟아 보자.
1. 사이시옷은 합성어 형성에서 쓰이는 규정이다.
2. 두 단어가 합성하면서 본래의 음이 변하는 세 가지 경우에 단어와 단어 경계에 덧붙이는 시옷이다.
3. 배제하는 조건으로는 앞말의 끝소리가 모음일 것, 두 단어중 어느 한쪽이 순우리말이여야하며 둘 다 한자이면 6개만 포함한다.
4. 2의 세 가지 경우는 쉽게 뒷소리가 된소리가 나거나 ㄴ이 덧붙여지거나 ㄴㄴ이 덧붙여지는 경우다.
이것만 숙지한다면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기본은 있어야 하겠다. 어떤 게 순우리말인지 알아야 하고 합성어가 무엇이며 단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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