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이라는, 조선일보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판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 '죽음의 무도'의 검은 의상, '세헤라자데'의 붉은 의상, '골드'의 금빛 의상. '피겨 여왕' 김연아(19)가 이번에는 푸른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기자가 누군가 찾아보니 이름이 없다. 아마 인터넷판 담당자가 대충 쓴 기사인가 보다.
내가 문제 삼는 건 기사가 아니고 '푸른 드레스'라는 말 때문이다. 기사 제목을 보고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는 경우는 드무니 분명히 파란 드레스를 잘못 쓴 거겠지 하고 클릭해보았다.
사진 부터.
내 눈으로는 암만 봐도 푸른 드레스가 아니라 파란 드레스 같은데, 어떻게들 보이시는지?
구분합시다. 인간의 눈은 1600만 가지 색깔을 구분한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상당수는 색깔에 관한 표현만 보자면 색맹에 가깝다.
심심해서 다른 신문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김연아> <푸른색> <드레스>로 검색해보니 중앙일보 이해준 기자가 먼저 걸려든다.
- 연회장에서 어깨 라인이 시원하게 드러난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다.
경향닷컴, 여기도 기자 이름이 없는 걸 보니 적당히 베낀 기사 같군.
- 사진 속에서 김연아는 어깨를 드러낸 푸른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어이쿠, 다행이다.
연합뉴스 김동찬 기자가 드디어 제대로 쓴 글이 있다. 동아일보에 실려 있다.
- 어깨를 드러낸 파란색 드레스 차림의 김연아는
김동찬 화이팅!
마침 서울방송 여덟시 뉴스에서 앵커가 웬일로 '육이오전쟁'이라고 말한다. 애쓴 보람이 있는 건지 웬일로 한국전쟁이라고 안하고 육이오전쟁이라고 말하는지, 어쨌든 바로 써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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