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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사주와 주역은 다르다

난 우리가 조금만 더 현명해졌으면 한다. 조금만 의심해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아무 생각없이 믿고, 따르고, 거기다 돈까지 내던지며 흥분한다. 정치가 이처럼 탁한 것도 사실은 무지해서다. 아무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도 그 말이 바른지 그른지는 가릴 수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하고, 아무리 우리 편 사람이 한 말이라도 말이 되지 않으면 고개를 돌려야 하는데 무조건 박수다.

 

어디 신문에 보니 사주를 다룬 책을 소개하면서 막상 예로 드는 이야기를 보니 주역에 관련된 것들 뿐이다.

주역은 사주하고는 완전히 다른 책이다. 사주를 신비화하기 위해 자꾸만 주역을 들먹이는데, 두 이론은 태생이 전혀 다르다.

 

주역은 그야말로 점치는 책이다. 다만 경우의 수를 64가지로 놓고 이 중의 한 괘를 잡아 그 괘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이다. 사주는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천간과 지지로 나눈 8자로 모든 걸 풀이한다. 주역과 사주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상식조차 알려고 하지 않고 함부로 찬탄하고 멋대로 서평을 한다.

 

말도 깨끗하고 논리도 정연한데 거짓과 미신에 기초하고 있는 엉터리 서평이다.

책 표지에 있는 '우리 문화의 마르지 않는 수원'이란 표현처럼 사주는 마르지 않는 미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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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료>

사주팔자와 운명, 믿어도 되나?

책 뜨락 2009/07/14 18:22 올리브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생각의 나무

몇 년 전, 여성 역술인이 쓴 책을 읽고 그이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역술인을 만났으니 사주를 짚어본 것은 당연하고. 그 역술인,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으나 기억에 남는 것은 딱 한 가지. 내 사주를 보니 직관력과 예지력이 있으니 ‘명리학’을 배워라. 역술을 배울 수 있는 학원들이 있으니 집 근처의 학원에 가서 배우면 된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직관력과 예지력이 있다는 말은 기억에 남았으나, 역술을 배우라는 말은 흘려들었다. 돗자리 깔고 그 판에 나가앉을 생각이 없는데 그런 걸 배워서 뭐 하노, 하는 생각을 했고, 명리학인지 역술인지를 하려면 한두 해 공부해서는 어림도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관력이나 예지력이 내게 있는 지 없는 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은 대충 잡는다. 가끔은 그게 맞아 떨어질 때도 있고. 그럴 때면 그 역술인의 말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미신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러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명리학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조금씩 생겼다. 또 주역은 무엇이고.

사주란 무엇인가? 그것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을 전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뭐 이런 생각도 더불어 들고.

사주나 명리학 이야기를 하면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미신이라고. 하지만 미신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이게 학문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더라는 얘기다.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사주이야기는 솔직히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 이야기가 실제로 맞아떨어진다면 더 흥미로워질 것이고.

미신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학문의 개념에서 접근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고. 어떤 근거로 사람의 운명을 짚어내는 것인지, 알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쪽 분야에 슬쩍 발을 담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 읽은 것이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이다. 내가 조용헌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방외지사>였다.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전부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엮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어서 단숨에 두 권을 다 읽어치운 기억이 있다. 물론 그가 만난 사람들도 죄다 예사 사람들이 아니어서 더 재미있기도 했다.

<사주명리학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롭다. 사주명리학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명리학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곁들여지는데, 솔직히 이 이야기가 더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 역학의 계보를 짚어주기도 하고, 그들을 둘러싼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한다. 옛날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학술서적도 아닌데...

우리나라 역학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이석영 선생에 얽힌 이야기는 사람에게 정말로 사주팔자라는 게 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석영 선생의 할아버지가 주역을 깊이 있게 연구하신 분이었단다. 이 분, 이석영의 누나이자 손녀의 앞날을 정확히 맞추셨단다. 혼사 이야기가 진행되던 남자가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혼인을 반대했다는 것. 반대이유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하면 손녀가 서른 이전에 과부가 되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놓칠 수 없을 만큼 탐나는 혼처인지라 이석영의 부모는 할아버지를 설득했고, 할아버지는 그것이 손녀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면서 승낙을 했단다. 할아버지의 예언(?)대로 누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되었다고 한다.

역사학자로 유명한 이이화 선생의 아버지 야산 이달 선생에 관한 이야기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주역의 대가였던 야산 선생은 6·25 전쟁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제자들과 주민들 300가구를 안면도로 피난시켜 전쟁의 화를 입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대단한 경지가 아닌가. 주역을 잡술(雜術)로 치부하고 넘겨버릴 수 없게 만든다. 하긴 주역의 역사가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그 유명하신 공자님도 주역을 ‘열공’ 하셔서 책 끈을 세 번이나 다시 묶었다고 하지 않던가.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순탄하게 살아 별다른 기복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운명을 믿지 않지만 사업을 하거나 정치권에 발을 들였거나 부침이 심한 삶을 산 사람은 운명을 굳게 믿는다고. 그 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술인들은 사주팔자를 풀이하면서 운명을 믿으라고 강권할까? 아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운명은 사람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주를 보는 것은 운명론에 매몰되어 자포자기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을 미리 예측해서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사주의 여덟 글자를 들여다보고 한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걸 누구는 천기누설이라고 하더라만 사주를 통해서 이미 정해진 운명을 읽는 게 맞는다면 그건 천기누설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세네카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말했다. 운명은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가고 항거하는 자는 끌고 간다고. 정말로 정해진 운명이 있기는 있는 건가?

조용헌 -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불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며 수많은 기인, 달사들과 교류를 가져왔다. 이들 재야 고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동양강호학의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해왔으며, 동양적 전통 이데올로기를 통해 서구적 가치관에 함몰되어가는 한국의 문화적 미와 전통을 복원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저명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