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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면봉 이야기

집사람이 쇼핑을 하고 와서 장바구니를 열다 뭘 쳐들며 묻는 말.

- 이거 얼만지 알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면봉이다.

대답이 안나가자 집사람은 면봉 300개가 담겨 있는 통을 흔들어댄다.

너무 싸다는 뜻인지 비싸다는 뜻인지...

잘못 말하면 버스비 70원이라고 대답했다가 망신당한 정몽준 꼴 나는데...

- 한 3천원?

- 700원이야.

- 아이고. 그럼 중국산이겠구나.

- 중국산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게 700원 밖에 안하냐구.

그래, 그러고 보니 나도 한숨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고생고생 지은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해 허탈해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면봉 통을 살펴보니 500개 짜리인데 플러스마이너스 5%라고 적혀 있다.

이마트에서 파는 가격이 700원이니 중국에서 들여올 때는 얼마일까?

또 중국 현지에서 이걸 만드는 사람들이 받는 돈은 얼마일까?

버드나무 쪼개 가느다란 막대로 다듬고,

그 막대 양쪽에 솜을 붙이고,

이 면봉을 소독약에 담갔다 말리느라 들인 공력이 얼마인가?

거기 감은 솜은 대체 어디서 헐값으로 사들였으며, 감는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손이 들어갔을까? 기계로 감는다고 해도 그렇다.

아이들 시켰을까?

가난한 집 아주머니들이 했을까?

가난한 아저씨가 톱으로 버드나무 베었을까?

목화솜은 누가 땄을까?

이런 생각까지 이르면 내가 부른 3000원도 비싼 게 아닌데, 하물며 700원이라니...

1개에 1원 40전...

분명 빚지는 일이다. 언젠가 빚을 갚을 날이 오고야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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