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는 며느리, 절에 가는 시어머니
역시 춘성이 조계사 대웅전에 기대어 지내는 중에 이번에는 노보살이 찾아왔다.
조계사 법당으로 찾아온 보살은 기독교를 믿는 며느리가 제사도 지내려 하지 않고, 보살이 절에 가는 것도 마귀 대하듯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춘성스님은 보살에게 며느리와 함께 교회에 나가라고 하였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는 보살에게 춘성 스님은 자신의 말뜻을 자세히 일러 주었다.
“한 달쯤 열심히 며느리를 따라서 교회에 다닌 다음, 며느리에게 절에 가자고 권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따라서 교회에 다녔으니, 이번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따라서 절에 가는 것이 공평한것이 아닌가?”
이렇게 춘성 스님이 말을 하자, 보살은 "며느리를 따라서 교회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절에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에도 여러 번 절에 가자고 권해 보았으나 막무가내였어요. 설사 절에 데리고 와서 며느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합니까?”라고 하였다.
그렇게 말하는 노보살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러자 춘성 스님은 그 보살에게 단호하게 말하였다.
“무엇을 하기는, 참선을 시켜야지. 며느리에게 '내가 누군가'하는 생각을 하라고 해. 이것이 화두야.”
춘성 스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보살은 춘성 스님이 시키는 대로 며느리를 따라 교회에 다녔다.
며느리는 처음에 시어머니가 자진해서 교회에 가겠다고 따라 나섰을 때에는, 시어머니의 생각이 갑자기 왜 바뀌었나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교회에 가는 것이 고마워서 그 이유는 캐묻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 달 가량을 교회에 나가던 시어머니가 하루는 절에 함께 가자고 하였다. 그러자 며느리는 속으로 당황스럽고, 이런 속셈으로 교회에 나갔다고 생각하니 시어머니가 밉고, 배신감까지 느껴져서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교회를 한 달간이나 다닌 것을 생각하니, 자신도 한 달 정도는 절에 나가주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시어머니 보살을 따라 조계사로 오게 되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춘성 스님을 찾아왔다.
이때 춘성 스님은 그 며느리에게 오직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절에 다니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누구인가를 항상 생각해. 머지 않아서 그대도 며느리를 맞아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의 자기 자신을 생각해봐.”
춘성 스님에게서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순간적으로 앉은 자리가 꺼지는 것 같은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 직후 며느리는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시어머니 대하기를 마귀 대하듯이 하였던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였다. 그러고는 내가 누구인가를 늘 생각하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미래의 자신도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후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조계사에 있는 춘성 스님을 같이 찾아와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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