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안성 청룡사에 갔다가 옴마니반메훔이라고 적힌 그림(엄연한 문자인데 내 눈에는 그림으로 보인다)을 보고 문득 느낀 바가 있어 적는다.
옴마니반메훔은 티벳 불교에서 널리 쓰이는 주문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도 널리 쓰고 있는 대표적인 주문이기도 하다.
이 주문의 공식 명칭은 '본심미묘대육자대명왕진언(本心微妙六字大明王眞言)"이다. 출전은 『대승장엄보왕경(大乘莊嚴寶王經)』인데 불설(고타마 싯다르타 붓다가 직접 말한)은 아닌 듯하다.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주문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다. 의미를 새기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쓴 옴마니반메훔 글자는 조형미가 뛰어나 이 문자가 적힌 불구(불교의 공양구 등 일체)에 많이 적힌다. 그런데 이 주문이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한자로 표기하게 됐는데 그게 재미있다. 아래 그림이 이 주문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청룡사에서 찍은 걸 찾아보았는데 없어서 인터넷 검색해 올린다.
원래 이런 한자는 없었다. 대부분의 불교 주문은 산스크리트어 발음이라 한자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소리라는 뜻으로 口 변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소리를 알 수 있는 한자를 배치했다. 그것이 唵 麻 尼 叭이다. 두 자는 이미 쓰던 글자인 모양이다. 그런데 마지막의 '메'와 '훔'은 형상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중국인들의 기지가 빛났다. 어차피 口변으로 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문자 속에 없는 것이라도 형상으로 본뜰 수 있다는 게 한자의 장점이다.
'메'와 '훔'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입구 변을 빼면 羊과 牛가 남는다. 이 사진에서는 '메'에 迷를 썼는데 잘못한 것이다. 羊이 맞다. 다른 데서는 양을 쓴다.
왜냐하면 양이 우는 소리가 '메에~'이고 소가 우는 소리가 '움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메를 발음할 때는 양 울음을 본뜨고, 훔을 발음할 때는 소 울음을 본뜬 것이다. 재미있어서 적어보았다.
기왕이면 청룡사 구경을 해보자.
- 바우덕이 전설이 서려 있는 사찰이라 관광객이 많이 온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골짜기에서 바우덕이를 비롯한 안성 남사당들이 살았다. 서운산은 그리 높지 않아 나이든 이들이 등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이 대웅전 기둥은 통나무를 다듬지 않은 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옆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통나무 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걸 볼 수 있다. 주련을 읽어보니 하도 휘갈겨 써서 두어 자를 못읽었는데 대체로 이런 뜻이다. "부처님 오기 이전에 이미 진리가 있었고, 부처님이 가섭을 만나기 전에 가섭은 이미 불법을 전해 받았다." 어느 절이든 주련은 참 심오하다. 왼쪽에 훠이훠이 걸어 법당 계단을 오르는 이는 내 친구 자륜 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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