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의 사람들/절 많이 다니면 깨달으려나

남녘 사찰 순례기

2008/11/12 (수) 21:37

 

아침 6시, 김해 장유의 청라선원을 떠나 해남대흥사로 향했다. 이날 두륜산 대흥사 - 달마산 미황사 - 만덕산 백련사 - 모후산 상적암 - 조계산 송광사까지 순례했다. 동행은 자륜, 내 친구요, 세 가지 보배 중 하나인 승(僧)이다. 승이 없으면 법이 없고, 법이 없으면 불이 없다. 그러니 삼보 중의 제일은 승보라고 믿는다. 승보를 팔만대장경 보듯이 공경하고, 부처님 친견하듯이 공경하시라, 나는 불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대흥사 가는 길. 단풍이 덜 들었어.

 

이날 모후산 상적암의 성렬 스님이 단풍 구경하다가 그만 울었다더군.
단풍이 말하기를, "내가 날이 가물어 목이 타 괴로울 때,
칠흑같은 밤 모진 비바람에 시달릴 때,
혹독한 지난 겨울, 칼바람에 맨몸으로 서서 떨고 있을 때,
그대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 이제 내가 찬서리 맞아 고통스러운데
멍들어 아픈데, 그래, 내가 아름답게만 보이니?" 이랬다나.

- 대흥사 천불전 앞. 저 앞에 선원이 있어 묵언, 이러는 곳인데

 

그쪽에서 제너시스 자동차가 굴러나오더니 주지 스님,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누가 인사하더군. 

- 이놈, 동자야. 넌 제너시스보다 더 좋은 봉황을 타는구나.

그래봐야 법당 천장이나 뱅뱅 돌지 문밖인들 나갈 수 있어?

 

 - 2008년 11월 11일 오전 10시 35분, 나 달마산 미황사 대웅보전 앞에 있었어.

 

- "무거워 죽겠는데, 나 이러고 있으면 극락가는 거야?"

달마산 미황사 법당에서 목탁 지고 있는 너는, 뭣이냐.

 

- 미황사에서 가장 좋은 건 이 마당이더라.

내 친구 자륜스님을 개미처럼 만들어버렸지.
30년 법랍이 사진 한 방에 쪼그라드네.

 


- 만덕산 백련사에서 바라본 강진만.

하여튼 전망좋은 곳은 다 절이 차지하고 있다니까.

 - 백련사 찻집에서 바라본 바깥풍경. 여기서 그 귀하다는 황차를 마셨다.

한번 더 우려 마시고 오는 건데, 아직도 차향이 삼삼하다.

- 중앙은 백련사 석가모니부처님, 맨왼쪽은 관세음보살, 맨오른쪽은 지장보살.

주지 스님 좋은 차 타게 하시려고 설마 볼모로 잡혀계신 건 아니지요?
세 분이 둘러앉기라도 하면 제 마음이 편할 텐데 참 힘드시겠어요.
제가 엎드려 절할 때, 부처님, 거기 진짜 계셨나요?
어디 계시든 나무석가모니불.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

 

* 이후 모후산 상적암에 갔는데 천하대사를 논하느라 사진 찍으려고 나왔을 땐 이미 달이 떠버렸고,
조계산 송광사에 이르렀을 때는 어둠이 짙게 깔려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줄 알고 스님들과 그만 우주를 논했는데, 설마 들은 사람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