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놀러간 어머니는 어딜 가나 고추 걱정이다. 고추가 붉게 익어 어서 따 말려야 하는데, 이 소리 뿐이다.
집에 모셔다 드리자마자 고추밭으로 내달리신다.
경주 석굴암 가는 길에 한 여성이, 휠체어 타고 가는 어머니를 보더니 한 소리한다. "저런 노인네가 이런 덴 뭐하러 오는지 몰라?"
뒤따라 가던 내가 정통으로 들었는데 그 여자 얼굴 보니 50살이 약간 안된 듯해 보인다. "고얀년"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어머니 기분 상하실까봐 못들은 척했다. 제년도 늙을 때가 있을 것이고, 하늘이 알아서 벌을 내릴 테니 나까지 나설 이유가 없다.
- 휠체어는 손녀가 밀고, 81세 백발 할머니는 흐뭇하게 지팡이만 잡고가면 된다.
- 아들이 교대로 밀어주고, 지팡이도 무겁다면 들어주고
- 손자까지 밀어주고
- 불국사 스님들은 어머니를 위해 법고를 두드려주고
- 석굴암 오르는 마지막 계단은 휠체어로 갈 수가 없다. 오직 혼자 힘으로 가야 한다. 가시라고 하니 "본 셈 치지." 하시길래 ""언제 다시 와 본다고 안보세요?" 핀잔하니 지팡이 잡고 벌떡 일어나신다.
- 드디어 석굴암 입구다.
- 석굴암 본존불이다. 직접 찍지는 못했다. 아침 저녁 예불 때만 들어갈 수 있다.
- 석굴암 부처님을 예배하고 온 할머니는 집에 오자마자 붉은 고추를 딴다. 고추 따서 팔 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 "내 새끼들" 먹이겠다고 저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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