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아바타 신드롬이 전세계를 뒤덮을 때 아바타 상영을 막고(일반 버전은 완전히 막고 3D 상영만 허용) 대신 공자를 보게 유도했다. 흥행 결과는 모르겠지만, 대체 무슨 영화길래 중국 공산당이 팔 걷어부치고 보라고 독려하는지 궁금해 영화를 직접 보았다.
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통틀어 열 권 짜리 소설을 쓴 바 있어 공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또 공자가 처한 시대상이며 그가 겪었을 지식인의 고뇌 정도도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난 허무맹랑한 무협 스타일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 중국 영화는 잘 안본다. 현대 중국 영화 중에는 더러 그렇지 않은 수작이 몇 편 있지만, 대개 중국 영화는 허무맹랑한 소재와 플롯이 뼈대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해 어쩔 수없이 표 사서 관람을 한 것이다.
이번 작품 공자도 도대체 왜 노나라를 떠나 남의 나라를 전전하는지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제자들의 맹목적인 충성은 나와도 사제 관계의 깊은 얘기는 전혀 없다. 황당한 장면도 적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는 공자에 관한 기록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영화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다.
짧은 영화로 공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 담기는 어렵겠지만 쓸데없이 과장하는 무협영화식 버릇은 여전했다. 어설픈 CG도 마땅찮고, 주제와 상관없이 볼거리용 전투를 장황하게 치르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이 영화를 볼 때 극장 관객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결론적으로 <영화 공자>는 공자를 알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다만 조국 노나라를 향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충성심을 강조하다보니 중국 공산당이 좋아한 모양이다.
추가> 그나저나 제목이 왜 <공자-춘추전국시대>인지 모르겠다. 공자는 춘추시대 사람이고, 전국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영화가지고 너무 따지면 욕먹겠지만....
<공자, 김상곤 경기교육감 영화 호평> * 제자들이 스승 존경하는 모습만 보고 호평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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