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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내일은 얼마나 값어치 있는 날일까

나는 20여년간 역사소설 위주로 작품을 써왔다.

1990년 처음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로 오늘까지 그렇게 자유인으로 살아왔다.

내가 나에게 명령하고, 내가 나를 통제하며, 내가 나를 벗삼아 살아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일이란 하루의 값어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볼수록 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는 단 하루도 미리 읽을 수가 없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소중한지 모른다.

 

어제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1년 전 일도 알 수 있다. 잘 기억이 안나면 수첩 꺼내 메모 살펴가며 맞춰볼 수 있다. 10년 전도 그렇다.

이렇게 나는 100년 전, 500년 전, 1000년 전, 혹은 3000년 전의 일을 소설로 써왔

다.

 

과거 수천년을 읽어왔는데 정작 내일 하루는 못읽겠다.

알고보면 내일 하루를 위해 과거 수천년의 역사를 탐색했는지도 모르는데, 계산기 꺼내 놓고 따져보니 그 모든 노력이란 내일 하루조차 이기지 못하는 하찮은 것이다. 대략 100여권의 소설을 쓴 것같은데,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내일 하루만한 값어치가 안된다. 태양 앞의  별빛처럼 빛이 바랜다. 

 

하늘간 우리 도조, 19년을 같이 살았건만 내일 하루를 함께 할 수 없다.

그리움이 사무칠수록 내일은 어제보다 멀고, 작년보다 더 멀다.

내일 앞에 겸허히 무릎 꿇는다.

 

-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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