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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너무 귀한 것은 도리어 흔하고, 너무 비싼 것은 오히려 값이 싸다

사람들의 피눈물이 묻은 돈다발을 끌어안고 사는 재벌이며, 남 옭아매고 밀어내는 술수를 짜내느라 바쁜 정치인, 3000배 안하면 안만나주고, 산 아래로 결코 내려오지 않은(실제로는 몰래 다녀가지만) 스님 등 우리 세상에는 고고한 척 하는 이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귀한 사람은 중생과 더불어 사셨던 성인들입니다.

붓다가 위대하고 예수가 존경 받고 공자가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분들 모두 사람들 한 가운데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80평생 중생과 더불어 상담하고 대화하고 가르치는 삶을 살았습니다. 도 닦는다고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평생 살지 않았습니다. 예수 역시 사람들과 더불어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는 늘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머물렀습니다. 공자는 천하주유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찾아다녔습니다. 사람이 사는 도시를 찾아다녔지 경치 좋은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성인들은 사람을 가장 귀한 보물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이 세 분은 존귀한 척 한 바 없고, 사람을 결코 멀리한 적이 없습니다. 자식 잃은 어미도 만나주고, 등 공양할 돈이 없어 고민하는 노파에게도 나타나 손을 내밉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여러 가지 물건이 필요합니다. 먹을거리도 필요하지요. 컴퓨터, 휴대전화, 카메라, 집, 자동차, 유기농 채소, 다 비쌉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공짜입니다. 붓다의 말씀이 그때나 지금이나 공짜이듯이, 예수의 말씀이 역시 공짜이듯이 이 귀한 것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값이 없습니다. 무료입니다. 바로 공기와 물, 흙, 소금, 햇빛처럼 마음껏 써도 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욕심만 갖지 않는다면 인간이 평화롭게 생존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됩니다.

다만 욕심이 깃들기 시작하면 공기가 오염되고, 물이 더러워지고, 소금은 매점매석 대상이 돼버립니다. 햇빛 역시 황사, 공해, 연기에 가려집니다.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식량은 충분합니다. 햇빛이 있고, 물이 있고, 공기가 있고, 땅이 있는데 당연한 얘기입니다. 중국인들이 먹다버린 음식만 해도 전세계 기아 인구를 다 먹여살릴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탐욕이 땅까지 마수를 뻗쳐 이제 땅은 하늘의 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햇빛, 물, 공기가 공짜입니다. 재벌들의 탐욕이 물을 장악하여 어쩌면 돈내고 먹어야만 하는 세상이 곧 올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서울 부자들은 공짜 물을 못먹는답니다. 휘발유보다 비싼 생수를 사먹는답니다. 여든한 살이신 우리 어머니는 평생 공짜 물을 드시는 중이고, 저는 약간 값을 치르며 먹고 씁니다. 

 

 

그래도 햇빛과 공기는 여전히 공짜지요.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공기마저 돈내고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공기는 재벌들이 팔아댄 자동차, 에어컨, 공장굴뚝 등이 다 버려놓고, 우리는 벌써 그 재벌들이 팔아대는 공기청정기를 사쓰기 시작합니다.  기관지가 약한 저 역시 공기청정기를 쓰니 공기값을 지불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거리의 매연은 심각할 정도입니다. 아마 맑은 공기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아, 그래도 햇빛은 여전히 공짜군요. 그러니 햇빛이라도 귀하게 여기며 잘 써야 합니다. 햇빛은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서 사람들은 흔히 그 가치를 모릅니다. 오전 중에 한 시간 정도 산책하며 아침 햇빛을 받으면 사실상 우울증은 생기지 않으며, 어쩌면 암도 잘 안생길 겁니다. 기타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지금도 무수히 많은 햇빛을 우리에게 보내줍니다. 무조건 보내주는 이 태양이 있는 한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을 무한정 쓸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빌딩은 이 햇빛을 독점하고, 남에게 햇빛이 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일조권은 돈으로 사고파는 권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원래 인류에게 공짜로 주어진 햇빛, 물, 공기, 흙은 영원히 공짜여야 합니다. 그런데 탐욕스런 인간들은 결국 하늘이 내려주는 이 공짜 선물마저 값비싼 상품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이미 붓다의 말씀이나 예수의 말씀을 듣는데 돈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요.

 

어제 3월 21일, 눈부신 태양이 비치는 가운데 산에 올라가 꾸지뽕나무 뿌리를 캤습니다. 형이 얼마 전 군락을 찾았거든요.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 우리가  쓸 자원은 넘치고 넘치는 것같습니다.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이 귀한 걸 귀한 줄 모르고 마음껏 마시는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을 식수로 쓰는 우리 어머니 집에서 한 컵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행복합니다. 이런 것들이 아직 공짜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다만 유한한 권리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4월에는 쉬는 밭에 유실수 몇 종류를 심을까 합니다. 심기만 하면 잘 자라잖습니까. 하늘은 이렇게 너그러운데 인간은 왜 그리 강팍한지 모르겠습니다. 좋아지겠지요?  자연(自然), 참 좋은 말입니다. 햇빛, 물, 공기, 너무나 고마워 그 가치를 잠시 잊을 뻔했습니다. 제 인생이 자연이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죽을 때까지만이라도 공짜로 계속 쓸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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