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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스님들의 어머니

아들에게 물 한 모금 못얻어먹고 죽은 어머니 - 황벽선사

황벽스님이 수천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황벽산에 주석할 때다.

노모가 의지할 곳이 없어 아들을 찾아왔다.

스님은 소식을 듣고는 대중에게 자신의 모친에게 물 한 모금, 쌀 한 톨도 주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노모는 하도 기가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되돌아 가다가, 대의강 강변에서 이 노모는 배가 고파서 그만 엎어져 죽었다.

 

이날 밤 황벽 스님의 꿈에 모친이 현몽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얻어먹었던들 다생으로 내려오던 모자의 정을 끊지 못해서 그만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너에게 쫓겨나올 때 모자지간의 깊은 애정이 다 끊어져 그 공덕으로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으니 너의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구나.”


* 황벽 스님은?


황벽 희운 선사는 선가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분이다. 

한때 그는 당나라 황자와 함께 염관사에서 수행했다. 말하자면 황벽이 스승이 된 것이다.

둘이서 무슨 문답을 나누다가 황벽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황자의 따귀를 세 대나 때렸다.

나중에 이 황자가 당나라 황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때린 황벽에게 ‘인행사문’이란 욕보이는 호를 주려했다.

그때 황벽의 유발 상좌인 배휴가 간언하길 “선사가 그때에 세 번이나 손찌검을 했던 것은 폐하의 삼제 윤회(三際輪廻)를 끊어준 것입니다”했다. 

그제야 선종 황제는 마음을 돌려 선사에게 ‘단제(斷際)’라는 법호를 내려주었다고 한다. 

〈경덕전등록〉과 〈임제록 〉등에는 황벽 스님에 관련된 유명한 선문답이 많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