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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스님들의 어머니

자식은 어미를 버릴지라도 - 동산 양개

자식은 어미를 버릴지라도 어미는 차마 자식을 버릴 수가 없구나 - 동산 양개

 

동산 양개 스님은 아들의 갑작스런 출가로 비통해하고 있을 어머니에게 편지를 냈다.

한번 보냈으나 어머니의 노여움이 걷히지 않는 듯하여 한 번 더 보냈다.

그 두 편의 편지다. 출가자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치문(緇門)>에 나온다.

 

-아들의 첫 번째 편지

 

엎드려 듣자오매,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에 출현하실 때는 부모를 의탁해 생을 받고, 만물이 생길 때도 천지의 덮어주고 실어주는 힘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부모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고, 만물은 천지가 아니면 자라날 수 없습니다. 실로 자식은 부모로부터 양육의 은혜를 입고 만물은 천지의 덮고 실어줌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아, 그러나 은혜 속에서 태어났지만 일체중생의 모습은 갖가지입니다. 그들은 모두 무상(無常)속에서 생멸을 떠나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젖을 먹인 정이 무겁고 애지중지 길러준 은혜가 깊어, 재물로 받들어 모셔도 그 은혜를 보답하기 어렵고, 온갖 맛 나는 음식으로 봉양한들 얼마나 오래가겠습니까.

 

그러므로 효경(孝經)에 이르기를, ‘날마다 삼생(三牲: 소, 염소, 돼지를 잡아 만든 음식)으로 지극히 봉양해도 효도를 다하지 못 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부모자식이 서로 이끌고 잡아당겨 삼계(三界)에 빠져 영원히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 채 흘러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간에서는 부모의 망극한 은혜를 갚으려 해도 갚을 수가 없으니 어찌 출가한 공덕에 미치겠습니까.

 

출가는 생사애욕의 강물이 흘러가는 흐름을 끊고 번뇌의 고통바다를 뛰어넘어 천생(千生)의 부모와 만겁(萬劫)의 자친(慈親)에 보답하는 길이며 삼계(三界)의 네 가지 은혜〔四重之恩〕를 갚게 되는 뛰어난 길입니다. 그러므로 고인이 이르되, ‘한 자식이 출가하면 구족(九族)이 천상(天上: 28천의 하늘나라)에 태어난다’고 한 것입니다.

 

불초소자 양개는 금생의 신명을 버릴 때까지 결코 집에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영겁의 근진(根塵: 번뇌망상)으로 반야(般若)를 완전히 밝히려 합니다.

바라옵건대 어머니께서는 깊은 마음으로 저의 뜻을 들으시고 이 못난 아들을 기꺼이 버리소서. 조금도 애닲아 하지 마시고, 저 정반왕(부처님의 아버지)을 배우시고 마야부인(부처님의 어머니)의 성후를 본받아 뒷날 부처님 회상에서 만나기를 기약하시고 오늘은 못난 이 자식과 이별하소서.

 

그러나 이 일은 불초소자 양개가 오역(五逆)을 떠받드는 일이 아니고, 무정하게 흘러가는 세월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고인이 ‘이 생에서 이 몸을 구제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구제하리!’라고 탄식한 것입니다. 죄송하오나 어머니께서는 부디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이 자식을 다시는 생각지 마소서.

 

삼가 이 짧은 글을 올리어 어머니의 알뜰한 사랑을 하직하고

부처님의 큰 법을 밝히어 어머니의 크신 은혜 갚기를 원합니다.

부디, 눈물을 뿌리면서 애끊을 듯 모자간에 서로 생각할 것 없사옵니다.

어머니, 처음부터 이 아들이 없었다고 생각하소서.

 

* 이 편지에 대해 어머니는 답이 없었다. 그러자 양개는 두 번째 편지를 보낸다.

 

- 아들의 두 번째 편지

 

불초소자 양개는 어머니의 뜻을 받들지 않고 집을 떠나온 뒤로 지팡이 짚고 남쪽으로 내려와 벌써 10년 세월이 흘러 강산이 바뀌고 집과는 어느새 만 리의 상거로 가로막혔습니다.

 

바라옵건대 어머니께서는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거두어 부처님의 도를 생각하고, 자식에 대한 기대를 거두어 공(空)으로 돌아가 이별한 아픈 정을 생각하지 마시고 문설주에 기대어 동구 밖을 바라보는 일을 하지 마소서.

 

집안일은 세월의 인연을 따라 갈수록 많아지고 복잡해져 날로 번뇌만 더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형은 부지런히 효순을 행하여 반드시 얼음 속에서 고기를 구할 것이고, 우리 아우는 힘을 다해 어머니를 받들어 섬기기를 차가운 서리 속에서 죽순이 나오라고 앉아서 울 것입니다.

 

대저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몸을 닦고 효도를 행하므로 천심(天心: 부모의 마음)을 맞출 것입니다. 그러나 불초소자 양개는 부처님의 도를 사모하고 참선공부를 하여 어머니의 은덕을 갚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천산만수(千山萬水)가 가로놓여 모자간 아득히 멀어진 세간과 출세간 두 길이 되었으니, 종이 한 장에 짧은 글로 애오라지 조그만 회포를 씁니다.

 

* 드디어 세간의 어머니로부터 답장이 왔다.

 

- 어머니의 회답

 

나는 너와 전생의 인연이 있었기에 비로소 모자간의 깊은 정리를 맺게 된 것이다. 나는 너를 밴 뒤로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부처님과 하늘에 빌었다. 임신하고 달이 차서는 내 목숨은 가는 실끈처럼 위태하였으나, 드디어 내 소원은 이루어져 너를 낳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너를 보배구슬처럼 아끼어 똥오줌에도 더러운 냄새를 느끼지 못했고, 젖먹일 때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네가 자라서 공부하러 간 후 돌아올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문설주에 기대어 너를 기다리곤 했다.

 

이제 네 편지에서 이 어미도 출가의 긴요함을 알았다. 그러나 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 어미는 늙었으며, 네 형도 살림이 어렵고, 네 아우도 가난하구나. 그러하니 이제 내가 누구를 의지하겠느냐.

 

아아, 자식은 어미를 버릴지라도 어미는 차마 자식을 버릴 수가 없구나. 네가 머나먼 타방으로 떠난 뒤에는 밤낮으로 눈물만 뿌리었으니, 실로 괴롭고 가슴 아픈 일이구나. 그러나 너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 내 어찌 네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나는 왕상(王祥)이가 얼음 속에서 고기를 낚고, 맹종이가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하여 오고, 정란(丁蘭)이가 나무를 새기는 효도를 너에게 바라지는 않으리라. 다만 네가 부처님의 제자 목련존자처럼 이 고해(苦海)의 바다에서 나를 구해 주기를 바란다. 부디 이 어미를 해탈시켜 불과(佛果)에 오르게 하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다.

그러나 만일 그러하지 못한다면 너의 집 떠난 허물을 면치 못하리라. 바라노니 양가(兩家: 출가와 속가)의 죄를 짓지 말라. 간절히 모름지기 힘써 체달해 알라.

 

* 왕상(王祥) : 왕상은 그의 어머니가 겨울에 생선회를 먹고 싶다고 하니, 얼어붙은 강에 나가 자신의 몸으로 얼음을 녹여서 고기를 잡아 왔다고 한다.

  * 맹종(孟宗) : 그는 그의 어머니가 겨울에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하자, 대밭에 나가 대나무를 안고 슬프게 울자 죽순이 저절로 나왔다고 한다.

* 정란(丁蘭) : 정란이라는 사람이 그 어머니께 지극히 효도하다가 마침내 어머니가 죽자 나무로 어머니 모습을 새겨 놓고 봉양하기를 살아 있을 때와 같이 하였다고 한다.

 

<왜 절에 나가시냐고 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