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약용식물이다.
그러니 약간 감정이 들어갈 수도 있음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구기자는 우리나라에서 충청도 청양과 전라도 진도에서 주로 난다.
청양이 약 400톤, 진도가 100톤을 생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은 대략 500톤, 균형이 맞다.
난 너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 형 둘은 중학교조차 가지 못했다.
아마 구기자가 없었더라면 나 역시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설사 억지로 들어갔더라도 고등학교, 대학은 꿈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구기자 덕분에 대학 나오고, 그래서 소설가 되었다.
오늘 인터넷 검색을 하다 <청양신문>에서 불길한 뉴스 하나를 보았다.
우리집은 늙으신 어머니 혼자 사시기 때문에 지금은 구기자 농사를 짓지 않는다.
밭둑에 저절로 난 구기자만 조금 있어 어머니가 가을에 따 말렸다가 차로 마시는 정도다.
하지만 내 고향 운곡면의 경우 구기자를 생업으로 하는 농가가 아직 많다.
청양군 전체로 보면 꽤 된다.
구기자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수요와 공급이 딱 맞는 수준인데, 굳이 무슨 큰돈 벌 일이 있다고 이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으려 하는가.
물론 약재상들 입장에서는 싼값에 원료를 사다 팔아먹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까짓 160톤 사다가 무슨 큰 돈을 벌어보겠다고 그러시는가.
160톤, 킬로그램당 만원이라고 쳐서 겨우 16억원이다.
그러면 시세가 반토막 나 농가 소득 역시 반토막 나고, 그나마 안팔린다.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아지니 뻔한 것 아닌가.
그러지 마시라. 남 아프게 하지 말라.
자본주의 얼굴이 이처럼 야비해서는 안된다.
좀 더 따뜻한 자본주의가 돼야 한다.
지금 우리 쌀이 남아돌아 농민들이 미칠 지경이란다.
구기자 수요가 갑자기 늘어 도저히 국내산으로 댈 수가 없다면, 그땐 수입해도 좋다.
하지만 균형이 잘 맞는데, 느닷없이 중국산 구기자를 수입해들이면,
결국 약재상들은 돈 벌고, 청양과 진도의 구기자 재배 농가는 죽으라는 말이다.
남 죽여 무슨 업을 쌓으려고 이러는가.
나도 벌고, 너도 벌어야지 남 죽여 얻는 건 복이 아니라 화다.
법률적으로 어떤지 아직 모르겠다.
금지품목이 아닐 수도 있다.
청양 국회의원 이진삼, 진도 국회의원 김영록 씨 두 분이 협의해서 잘 해결해주기 바란다.
이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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