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겸 이발하는 곳이 있다.
이발사 친구는 어찌나 아는 게 많은지 이발이 다 끝나도 자신의 이야기를 맺지 못한다.
손님이 한 번 말하면 이 사람은 서너 번 말한다.
오늘은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결국 투덜댄다.
- 내가 일본에 3년 있었는데요, 거긴 이발하러 오면 차분히 기다려요. 줄을 서서 얌전하게 있어요. 이발소 안에서도 휴대폰 울리는 소리를 못들어봤어요. 얼마나 신사다운지 몰라요. 민족성 문제에요. 한국, 일본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 이 말도 엄청 길었는데 팍 줄였다.
갑자기 20년 전인가, 일본 여행 중에 동행한 어르신들이 하던 말이 생각나 화가 치밀었다.
그때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기를 "봐라, 일본애들은 정지선을 딱딱 지키잖아? 얼마나 예의바른지 몰라. 조선은 얘들 못따라가. 30년도 더 뒤졌어." 이러셨다. 그때 가이드가 말했다. "일본은 정지선 위반 범칙금이 굉장히 비쌉니다." 답은 이처럼 간단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지선 위반해도 범칙금을 물리지 않았다. 지금도 아마 없거나 있어도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발사에게 그 까닭을 설명해주었다.
이놈은 계속 투덜거리기만 하느라고 내 말을 잘 듣지도 않았다. 말할 때는 짧게 했는데, 설명삼아, 기록삼아 좀 보충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남대문 지게꾼도 자식을 대통령시킨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기가 펄펄 살아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노비, 머슴, 기생, 천민, 승려들까지 나와 싸웠다. 일본은 어떤가. 우동집 한번 하면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한다. 전쟁이 나면 군인들 외에는 아무도 싸우지 않는다. <대망> 읽어봐라. 거기 민간인이 칼 들고 싸운다는 얘기 나오더냐.
조선시대에는 주인이 종을 죽이면 국법으로 엄히 다스렸다. 그러니 주인도 종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은 전국(戰國)시대 1000년을 겪으면서 영주가 배를 가르라면 가르고, 아무나 죽이고 싶으면 죽였다. 여자들도 영주나 적장이 "엎드려!", 이러면 얼른 허락했다. 닌자, 사무라이, 이것들이 법도 없이 대낮에 사람 죽이며 돌아다녔다. 중앙통제되는 국가가 없이 영주들이 다스리는 고만고만한 나라가 수두룩했다. 영주들마다 제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면서 기분 나는대로, 생각 나는대로 사람들 목숨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툭하면 전쟁이 벌어질 때라 영주 목숨조차 파리 같은데 이들 정신상태가 온전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떤 놈이 죽음을 무릅쓰고 큰소리치겠는가. 바른소리, 옳은소리, 알지만 못한다. 그저 머리 숙이고, 허리 꺾고, 얌전하게 줄 서 있는 거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이렇게 사근사근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백년 된 우동집, 그거 자랑할 일 아니다. 막부시대에는 아무도 직업을 바꾸지 못하게 했다. 도공이면 그 집안은 도자기만 궈야 하고, 우동집이면 대대로 우동만 말아야 했다. 직업의 자유가 없었다. 이런 걸 무슨 전문성 운운하면 안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속에서 일본인들에게 전문성이 생긴 것이지 전문성이 있어 우동집을 백년, 이백년 한 것은 아니다.
우리 같으면 우동집 열심히 해서 자식 서울대 보내려고 하지, 자식더러 얼른 커서 우동집 이어받아라, 이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농부로 평생을 산 우리 아버지는 펜대라도 굴려 먹고살라며 나를 중학교에 보내주셨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을 누가 불태웠는지 아는가? 다들 일본군이 태운 줄 안다. 천만의 말씀이다. 경복궁에 근무하던 노비들이 불지른 거다. 우리 노비들은 이 정도였다. 그러니 일본 미화하는 소리 좀 그만해라. 이발사 당신이 손님들 앞에서 손님 나무라는 그런 말 마음껏 하는 것도 한국인이라서 그렇다. 일본인 같으면 손님들이 불편해할까봐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못한다. 네 목소리 큰 거, 그거 한국인이라서 그런 거다. 일본인 같으면 월드컵 응원을 해도 술집에서 조용조용 한다. 응원소리 바깥으로 새나가지 않게 창문닫고 한다.
* 한국인들은 남보다 못하면 분한 마음에 과격행동을 많이 한다. 투서 잘 쓰고, 고소고발사건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날 무시해?!" 이러면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은 우리하고 많이 다르다. 기사 보시길....
<일본인이 고속도로에서 과속 안하는 이유/오마이뉴스 블로그>
* 이 글에서도 일본인들이 천성이 남 폐끼치는 걸 싫어하여 그렇다는 듯이 나온다. 정지선 어겼을 때 벌금이 얼만지 아직 모르는가보다. 아래에 고속도로 벌금은 구체적으로 나온다.
- 벌점이 15점일 경우 면허 취소가 됩니다. 면허 취소 후 2년간 면허를 취득할 수 없지요
- 제한속도 80이 대부분이구요...속도위반 20~30일 경우 벌점이 6점, 30~40이상 9점, 40~50 이상 12점 벌점입니다. 벌금은 12점일 경우 약 10만엔. 지금 환율로 치면 130만원이네요 ^^.... 그리고 면허정지 90일입니다
- 카메라에 찍혔을 경우 먼저 위반한 지역의 관할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거주지역과 멀면 미치는 거죠. 그리고 서약서 및 본인확인 후 며칠 뒤 검찰청으로 가야하구요. 그 다음 약식재판에 회부됩니다.
- 댓글에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인 이유가 나온다. "자전거 타던 사람이 자동차를 보고 넘어졌을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동차 책임 70%입니다. 걍 법이 무서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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