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씨가 체벌을 금지한다고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체벌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가 보다. 이 주제에 관한 한 난 비주류다.
난 '베이비 붐' 세대이자 산업화 시기에 초중고를 다녔다. 그래서 너무 많이 맞으며 때리며 컸다. 초중고 시절 선생들 중 보고싶은 사람이 별로 없다. 날 한 대라도 때리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같다.
검색해보니, 내가 십수년 전에 월간조선 '작가의 고향'에 쓴 걸 들춰보니 체벌 내용이 나온다.
- .....그 어린 것들을 데리고 얼마나 나라를 튼튼히 지키려고 그랬는지 교련 선생이 밤늦도록 총검술을 시키고, 하도 기합을 많이 주는 바람에 그나마 정내미가 떨어져 버렸다......
스승의 날이 되면 나는 늘 괴롭다. 여기저기 명사들이 나와서 옛날 학교 때의 스승을 찾아다니고, 때로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모셔 옛날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혹시라도 나한테 저런 프로그램에 나오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아니 대학시절까지 다 합쳐서 그동안 만났던 교사와 교수들을 죄다 떠올려놓고 생각해 보아도 대부분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차라리 이사다니면서 만났던 주인집 아저씨하고 지냈던 추억이 더 새로울 정도로 그분들하고 관련된 추억은 깜깜하다. 종 칠 때까지 칠판에 쓴 걸 베끼느라 정신없었고, 선생도 내용을 잘 모르는지 혼자 실컷 책을 읽다가 질문에 막히면 괜히 트집잡아 몇 명 잡아다가 출석부 모서리로 마구 때리고, 하도 기합을 받아서 혹시 저 선생 병이라도 걸렸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었다. 왜 그렇게 때려대는지 툭하면 엎드려 뻗쳐라, 포복해라, 의자들어라. 종례 시간이면 이유도 대지 않고 불러내어 따귀를 줄줄이 때려대던 일, 생각만 해도 지겹다. 나는 특별히 불량하다거나 말썽을 자주 피우지도 않는 얌전한 학생이었건만 학교다니면서 맨날 얻어맞고, 맨날 기합만 받은 것같다. <작가의 고향 전문보기>
내게는 쓸데없이 다닌 고등학교 1년 과정이 있다. 농업고등학교를 1년간 덤으로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군 중대장 출신의 교련 선생이 어찌나 폭언을 퍼붓고 두드려 패고 기합을 주던지 정말이지 힘이 있다면 보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러다 1년 과정을 다 버리고 다른 고등학교로 입학해버렸다. 그뒤 내 친구 하나가 기어이 그 교련 선생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자퇴했다는 말을 들었다. 폭력이라면 일상이라는 군대에 가서도 그렇게 많이 맞거나 기합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난 지금도 학창 시절이 별로 그립지 않다. 5형제가 부대끼며 크는 동안에도 늘 폭력에 시달리고, 학교에서도 폭력은 생활이었다. 내가 맞거나, 때리거나, 누가 맞는 걸 보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도 공사장을 지나다 각이 진 나무를 보면 그런 걸로 얻어맞던 기억이 난다.
지난 시절을 생각하니 감정이 치받혀 논리적으로 이 글을 전개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부끄러운 일이다. 어렵게 살던 60년대, 70년대, 그 산업화 시대는 폭력의 시대이기도 했다. 정치도 폭력, 군대도 폭력, 사회도 폭력, 가정도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010년이나 된 지금도 학교에서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이만큼 민주화되었으면 없어질만도 하련만 그 뿌리가 너무 질기다.
나는 체벌은 어떤 형태로든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각 정도가 아니라,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체벌을 가해야만 학생이 더 공부를 잘하고, 품행이 발라진다고 믿는 교사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교편을 놓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 굳이 교사를 더 하고 싶다면 교수법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체벌 말고도 사람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손쉽게 체벌부터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잘못 배운 사람이다.
체벌은 폭력일 뿐이다. 폭력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더 쓰기로 한다.
아래 기사 보면 폭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가 보다. 씁쓸하다.
<서울시민 63.2% "교육목적 체벌은 필요하다/데일리안> * 내 자식은 패지 마라.
<교과부 "체벌 전면 금지령은 법률 위반/문화일보> * 그건 법이 구닥다리라 그렇지
<국민 절반 "학교현장 체벌 필요하다> * 그러니까 우리 민도가 낮으니 아직은 폭력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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