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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여기는 정신병원...나는 미치지 않았다"

<여기는 정신병원 폐쇄병동....나는 미치지 않았다/조선일보>

- 구글 검색으로 잡혀나온 윤주헌 기자

이 기사를 보니 윤주헌 기자(검색해보니 의료관련 기사를 많이 쓰는 기자인데도 이렇네)가 대충 취재를 해서 쓴 글이라는 걸 알겠다.

정신병원 입원 환자 10명 중 8명이 강제입원이란다. 퇴원 확률은 5% 밖에 안된다고도 적었다.

난 기자가 좀 더 취재정신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미치지 않았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기 바란다.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의 차이를 말할 수도 없으면서 이렇게 멋대로 써버리면 안된다. 내 경험으로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의과대학 정신과 나오고도 고도의 철학을 이수해야만 가능할 것같다. 고참 전문의조차 선뜻 정의하지 못하는 이런 개념을 풋내기 기자가 멋대로 긁어버리면 안된다.

 

윤주헌 기자는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에는 스스로 입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89~90%라고 하면서 마치 우리나라 환자 가족들이 멀쩡한 사람을 강제입원하는 나쁜 사람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이렇게 호소하는 환자들이 마치 다 정신병 환자가 아닌 것처럼 적고 있다. 단호히 말하건대 자신을 정신병 환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경증이다. 중증환자들은 그런 사고조차 잘 못한다. 환청 환시에 시달리고, 전두엽 기능이 엉망이고, 호르몬 이상으로 감정이 요동치는데 무슨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네덜란드, 개처럼 밧줄에 묶여 지낸 정신병환자>

 

이 어린 기자를 위해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정신병원, 정신질환에 대한 역사가 매우 짧다.

환자를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처럼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골방에 가둬놓거나 가족들이 몰래 죽이기도 했다.

나 어렸을 때만 해도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그냥 아무 데나 쏘다녔다. 그러다 더러 교통사고로 죽고, 맞아죽고, 다른 병에 걸려죽었다.

이게 며칠 전 조선일보가 보도한 중국 실제 사진이다.

이 쌍둥이 딸의 아버지는 자녀를 이렇게 묶어놓고 일하러 간다.

<끔찍한 이 기사 보기>

 

중국만 해도 정신병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지 못하고, 또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보편화되지 못해 사방이 이런 헛점 투성이다. 말만 대국이지 인권은 후진국 중의 후진국인 게 중국이다.

이 쌍둥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으니 길에 묶어두는 것이고, 묶어두지 않으면 자해를 하거나 멀리 가버리거나 다른 사고가 생길 위험이 커지니까 이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30년 전에는 사정이 이러했다.

 

그러다 이제 먹고살만해지니까 인권도 생각하고, 장애인에 대한 복지도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됐다. 국가가 이들을 치료해줘야 한다는 것도 합의되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정신장애라니, 이건 어디 내놓고 말도 못하고 쉬쉬하면서 집에 가두는 게 다반사다.

 

정신병의 경우 최하등급이 3급이다. 일반 장애는 6급까지 있지만 정신은 4, 5, 6등급은 인정하질 않는다. 판정하기가 까다롭고, 실제로 사회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4, 5, 6등급 판정해봐야 본인들에게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상 사회에는 4, 5, 6등급 수준의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이런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각종 사고에 관련된다. 자살하고나니 조울증이라더라, 자살하고 보니 우울증이더라 하는 기사가 많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경증 정신장애자의 경우 자발적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식이 나빠 경증 장애인은 입원도 안되고, 받아주지도 않는다. 적어도 2급 정도는 돼야  폐쇄병동에 입원한다. 3급만 해도 입원이 불가능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정신과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치료를 권유하면 마구 성을 낸다. 멀쩡한 사람을 왜 정신병자로 규정하느냐, 아직 이 수준이다. 두뇌는 굉장히 복잡한 기관이라 조금씩 혹은 일시적으로 고장이 날 수 있다. 그런데 정신 치료를 받으라고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거부한다. 일반상담사들이 이런 점에서 매우 힘들어한다. 정신치료를 해야 하는데 일반 구두 상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단 두뇌에 고장이 나면 대화로 치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드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이런 단순한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발적인 입원이란 상상이 안되는 것이다. 기자가 이런 사정을 알고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다.

 

이래놓고 자발적으로 입원하다니, 자발적으로 입원할 정도면 2급이나 1급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1, 2급이다. 3급만 해도 일시적인 증상악화가 일어나야 입원이 가능하고 평시에는 불가능하다. 4, 5, 6급에 해당될만한 경증 장애인 중에도 순간적인 악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안전대책은 거의 없다.

 

이래놓고 강제입원이라고 보도하여 중증환자를 둔 가족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또 1, 2급 정도의 중증입원환자가 퇴원할 확률은 실제로 매우 낮다. 기사에 나오는대로 5% 정도밖에 안된다. 이런 사정을 좀 더 확인하여 기사를 써야 정신장애인이나 그 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정신병은 누구나 언제나 걸릴 수 있다. 그런만큼 정신장애인 관리를 잘 하여 질병 확산을 막고, 치료법을 어서 개선시키도록 해야 사회복지안전망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들을 바라볼 때 일반인의 정신병 발병율을 낮추는 임상실험대상자라고 여기자. 이들에게 독한 약물 써가며, 이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정신질환치료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이들의 머리를 쪼개고, 송곳으로 쑤시는등 벼라별 해괴한 짓을 다하여 치료법이 조금씩 조금씩 향상돼 나온 것이다. 이들의 희생 위에 일반인들이 건강한 정신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정신병원 입원은 그만두고, 신경정신과라도 자발적으로 가는 환자들이 늘어나기 바란다. 감기만 걸려도 병원 가듯이 기분이 우울하거나 두뇌가 이상하면 신경정신과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갑자기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거나 이유없이 눈물이 나거나 가족들이 미워지거나...이런 감정 변화가 일어나기만 해도 가보기 바란다. 전조다.

(* 참고로 난 의사가 아니다. 그냥 좀 안다. 괜히 Bipolar Disorder란 카테고리 만들었겠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