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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십천원, 오십백만원? - 애매한 도량형

내 딸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 천원 짜리가 열 장이 되면 10천원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은행에서도 10,000이라고 표기했다.

 

요즘 도량형에 관한 원고를 정리하고 나니, 우리나라는 도량형에 관한 한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절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평 단위를 제곱미터 단위로 고치자고 법을 개정했는데 아직도 안고쳐진다.

단위를 아직도 평을 기준으로 삼으니까 평의 경우는 30평, 40평, 50평 식으로 자르고, 이걸 소숫점까지 헤아려 제곱미터로 환산하니 인식이 확산될 까닭이 없다. 그러지 말고 50미터제곱, 100미터 제곱, 150미터 제곱으로 쓰게 하고, 괄호 속에 몇 점 몇 평이라고 병기하면 아마도 저절로 제곱미터로 의식이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잔꾀로 정부가 계도를 한답시고 나서니 인식이 바뀔 리가 없다.

 

숫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세계적인 표기법에 따라 금전 액수를 적을 때는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게 돼 있다. 이게 미국 달러 표기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네 자리 기준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맞는다. 그러니 실제 생활과 표기가 영 달라진다. 큰 액수일 때는 누구나 일십백천만 하는 식으로 헤아려 올라간다.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아래 표기를 보자. 천억원을 미국 식으로, 우리 식으로 각각 표기한 것이다.

 

100,000,000,000원 --> 미국 식 100빌리언 원

                                * Billion(십억), Million(백만), Thousand(천)

1000,0000,0000원 --> 우리 식 1000억 원  

                                * 억,  만

 

세계화에 발맞추어 우리도 미국 식을 쓰다보니 우리 언어 현실과 동떨어지게 쓰고 있다. 이걸 자주적으로 고치든가, 아니면 30천원, 20백만원 식으로 쓰든가 도량형을 통일해야만 한다. 우선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